[Focus] 늙은 석유강대국 사우디…'스윙프로듀서役'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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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지금까지 석유수급 안정을 위한 완충 역할을 해왔지만 가까운 미래에 그 능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얼마든지 퍼낼 수 있는 생산 여력을 바탕으로 세계 석유 공급이 달릴 때마다 급한 불을 꺼왔던 사우디아라비아에 이른바 '스윙프로듀서(Swing Producer)' 역할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저명한 에너지 분석가이자 투자은행가인 매트 시몬스는 이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지난 90년대말 북미지역의 천연가스 공급 부족을 일찌감치 예견해 화제가 됐던 인물로, 현재는 휴스턴의 에너지전문 투자은행인 시몬스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진지한 에너지 분석보고서라면 당연히 사우디아라비아가 언제까지나 스윙프로듀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이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알고 있듯 사우디아라비아가 누리는 세계 1위 산유국이란 지위는 대단히 위태로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5~10년 내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산유량이 급감할 가능성이 크며, 그 규모는 지난 90년대초 러시아가 겪었던 것보다 심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같은 분석이 지난해 생애 최초로 방문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직접 보고 들은 경험에 근거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산유량과 유정의 위치 등 석유 관련 정보의 외부공개를 꺼리는 국가다.
그러나 시몬스 행장은 방문기간중 한정된 공개정보 외에 운좋게도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기술자들이 직접 작성한 2백여건의 석유보고서를 접할 기회를 가졌으며, 이를 섭렵한 결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대규모 유정 여러곳이 일반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노후화되고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같은 우려스러운 결론이 가까운 미래에 현실화할 것이라고 지금 단정할 수는 없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석유생산이 정지되는 심각한 재앙을 예방하기 위해 이같은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아람코측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람코는 지금까지 일부 유정의 감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생산감소분을 상쇄하기 위한 대규모 설비투자가 진행 중이라고 밝혀 왔다.
아람코는 작년초 2007년까지 5년간 유정개발에 약 1백8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었다.
시몬스 행장의 보고서 초안은 벌써부터 미 석유업계 중심지인 휴스턴과 워싱턴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석유 전문가들은 이 보고서가 사우디아라비아 실태에 관한 정보부족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당연한 문제제기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시몬스 행장의 분석 방향은 틀리지 않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일부러 과장하며 논란을 유발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