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부터 공공택지에서 분양되는 아파트의 가구당 토지원가 공개가 의무화됨으로써 주택업체들이 다소 당황하고 있다. 특히 아파트 분양시기가 눈앞으로 다가 온 경기 화성동탄신도시(4,5월) 및 충북 오창지구(3월) 내 사업자들은 분양가 책정 문제로 혼란을 겪을 전망이다. 한국토지공사 등이 건설회사에 공급한 땅값이 공개될 경우 주택업체의 분양 원가가 어느 수준인지 대충 드러나기 때문이다. ◆ 사실상 분양원가 공개 효과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이번 조치로 앞으로 택지지구 내 아파트의 분양원가는 공개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입을 모았다. 공개되는 가구당 택지원가에 건축비(통상 2백50만원 안팎)와 부대비용(택지원가+건축비의 10∼15%)을 더하면 분양원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토공 관계자는 "블록별로 차이가 있지만 동탄신도시의 경우 가구당 토지원가는 평당 1백60만원 안팎, 오창지구는 40만원 안팎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 분양시장 더욱 위축될 듯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조치가 가뜩이나 어려운 분양시장을 더 침체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번 조치가 분양가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실수요자들이 '내집마련' 타이밍을 늦출 가능성이 높아서다. 부동산개발업체인 솔렉스플래닝의 류지석 차장은 "현재 분양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번 조치로 분양시장은 더욱 움츠러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 분양가 재조정?분양시기 저울질 분양을 앞두고 있는 오창지구 내 공급업체들은 최근 분양됐던 대우자판의 '이안'과 비슷한 평당 4백50만원 안팎에서 분양가를 결정한다는 당초 방침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쌍용건설 최세영 팀장은 "분양일정이 워낙 촉박한 데다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 시행사나 시공사 양측이 마진을 적정 수준에서 책정했기 때문에 분양가 재조정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화성동탄신도시 내 분양 관계자들은 곤혹스런 표정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분양 초기단계라 가격을 거론할 단계가 아니지만 분양가 산정작업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업체마다 잠정적으로 정했던 분양가를 재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주택협회 "분양가 인하 효과 없다" 한국주택협회는 "분양원가 공개는 원가에 대한 끝없는 논쟁을 불러 일으킬 뿐 분양가 인하 효과를 가져올 수 없다"며 원가공개 반대 입장을 재천명했다. 김종철 주택협회 부회장은 1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분양원가 공개는 기업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자유시장 경제원리에 반한다"며 "원가가 공개되면 주택품질 저하,공급위축 등으로 장기적으로는 되레 가격을 상승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부회장은 "분양가 상승의 근본 원인은 재건축 등 각종 규제 강화로 공급이 제한된데 있다"며 "분양가 인하 문제는 분양가 공개가 아니라 공급 확대, 가수요 차단 등 수급정책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