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타이나∼ 일라∼ 알 이라-끄 리카이 누싸-이드쿰(우리들은 여러분을 돕기 위해 왔습니다)." 이라크 파병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13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육군정보학교(교장 정형진 소장) 산하 어학분교내 아랍어 강의실. 10여명의 장교와 사병들이 이라크 원어민 선생님의 지도 아래 라틴어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배우기 어렵다는 아랍어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들은 오는 4월말 이라크 추가 파병시 현지로 떠나 한국군의 '입' 역할을 담당할 통역요원. 장교 20명, 사병 25명 등으로 구성된 통역요원들은 지난 1월 중순부터 이곳에서 합숙하면서 아랍어를 배우고 있다. 장교의 경우 임관 후 위탁교육을 통해 대학에서 아랍어를 공부한 사람들 중 선발됐다. 장병들도 대부분 한국외국어대 부산외국어대 명지대 조선대 등에서 아랍어를 전공하다 입대한 인재. 군 위탁교육을 통해 한국외대에서 아랍어를 전공한 김종일 육군 대위는 "4년 전 희소성 때문에 영어 일어 대신 아랍어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두 딸을 둔 그는 "가족들이 많이 걱정하지만 그동안 군의 지원 덕분에 배운 아랍어를 나라를 위해 사용할 수 있어 오히려 큰 두려움은 없다"고 덧붙였다. 어릴때 부모님을 따라 모로코에 가 그곳에서 초ㆍ중ㆍ고등학교를 마친 윤원섭 일병은 "아랍어는 모음이 없는 등 언어구조가 우리와 전혀 달라 매우 어렵기 때문에 야간자율학습 시간을 넘겨 밤 늦게까지 공부하는 동료 선후배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들이 배우는 것은 언어 뿐만이 아니다. 이슬람문화의 독특한 관습도 함께 배운다. 문화와 종교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오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김 대위는 "예를 들어 여자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는 일, 여자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일 등은 이슬람문화권에서는 큰 결례"라고 설명했다. 또 상대방에게 자신의 발바닥을 보이는 것은 곧 '너를 짓밟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에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들을 가르치는 강사진은 모두 8명이다. 이라크 원어민 강사인 모나 알 아슈타리씨(한국외대 아랍어과 강사)를 포함해 7명의 한국인 교수들로 구성돼 있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아슈타리씨는 "한국군이 이라크의 경제재건과 양국간 우호증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현지에서 활동해 줬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성남=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