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이면 조류독감이 발생한지 만 2개월이 된다. 그동안 소비자들의 과민 반응으로 닭고기 소비는 절반 이하로 줄었다. 닭고기가 안전하다고 밝혀졌는데도 소비자들은 주저하고 있다. 이 바람에 축산농가와 계육업계 치킨집 등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최근에는 치킨집 주인이 자살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12일 밤 서울 강남에 있는 반포치킨타운과 노량진회센터를 둘러봤다. 치킨집 주인들은 "지금 같은 상황이 한두 달만 더 가면 절반은 문을 닫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횟집 주인들도 "닭고기도 많이 먹어줘야 한다"고 얘기했다. ◆ 반포치킨타운 12일 밤 10시 반포치킨타운. 언제나 자욱하게 피어오르던 연기는 보이지 않는다. 가게 안에는 손님보다 종업원이 더 많아 보인다. 몇 안 되는 손님들도 치킨이 아닌 안주를 놓고 생맥주를 들이켜고 있다. 30여개 점포 어디나 마찬가지다. 평소 같으면 자리가 없어 기다려야 할 시간대다. 넘치는 손님을 옆집으로 돌리느라 가게 주인들이 휴대폰을 눌러대고 목청을 높여야만 옆사람 얘기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날은 기껏해야 2,3개 테이블만 손님이 앉아 있다. 주방장은 면장갑을 벗어 놓고 신문을 뒤적이고 주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맥주 잔을 기울이고 있다. 금강치킨호프를 운영하는 한정수씨(43)는 "안전하다고 외쳐도 믿지 않으니 소비자들이 야속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곳곳에 닭고기가 안전하다는 내용의 신문기사가 붙어 있다. 조류독감 파문이 길어지자 치킨집들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다. 대부분 치킨집들은 일부 종업원들을 무급 휴가 보냈다. 제일치킨의 경우 주방장 5명 중 2명을 휴가 보내고 종업원들의 월급을 깎았다. "초등학교 6학년 딸아이가 일기에다 '조류독감과 불황으로 부모님 어깨가 많이 처져 있다'고 썼더군요. 내색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린 딸아이 눈에도 제가 힘들어 하는 것이 보였나 봐요." 제일치킨 신찬희씨(39)는 말 끝을 흐리며 끝내 눈물을 비쳤다. ◆ 노량진회센터 밤 9시 노량진수산시장 내 회센터 골목. 흥정소리가 요란하다. 평소 같으면 피크타임이 지나 한산해지는 시간대다. 남도수산 장승유씨(33)는 "조류독감이 발생한 후 매상이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직장인들이 횟감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회센터 초입에 있는 점포의 경우 하루 매상이 3백만원을 웃돈다. 조류독감이 발생하기 전에 비하면 2배에 가깝다. 강남상회 신범씨(63)는 "장사 30년 했지만 요즘 같이 잘되기는 처음"이라며 연신 웃어 보였다. 회 마니아들이 많이 찾는 광어는 물량이 달려 도매가격이 2만원대에서 4만원대로 치솟았다. 회센터 식당들도 분주하기는 마찬가지다. 밤 10시가 넘었는 데도 빈 자리를 찾기 어렵다. 대부분 식당은 자리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예약은 아예 받지도 않는다. 김성진 중앙상회 사장(48)은 "지난달엔 개점 후 최고 매상을 올렸다"며 "조류독감으로 반사이익을 얻어 좋긴 하지만 닭고기도 많이 먹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비브리오균이 발생해 속을 새까맣게 태워야 했던 때를 생각하면 치킨집 주인들이 지금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안봐도 안다"고 덧붙였다. 송형석ㆍ송주희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