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밸런타인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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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타인데이(2월14일)를 맞아 상점마다 거리마다 핑크빛 종이로 포장된 하트모양의 초콜릿이 수북하다.
마치 핑크빛 물결이 흐르는 듯하다.
해마다 이 날이 돌아오면 상술이 극성을 부리는데 올해는 50만원대의 초콜릿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포장지도 지폐나 로또복권을 도안해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가 하면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저속한 제품이 버젓이 진열돼 있기도 하다.
우리와는 별 관련이 없는 밸런타인데이에 지나친 상업주의와 과소비가 극성을 부리자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은 모양인데 그 대안으로 일부 네티즌들은 밸런캔들데이를 제안하기도 한다.
자신을 태워 세상을 밝히는 촛불은 곧 연인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을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실용적인 선물을 하자는 운동도 호응을 얻고 있는 것 같다.
좀 당혹스럽기는 하지만 내의를 선물한다든지, 연인의 사고에 대비해 1년만기 1만원짜리 '연인보험'을 들기도 한다.
전주에서는 상공회의소가 중심이 돼 초콜릿 대신 신토불이 하트 모양의 한과를 내놓아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밸런타인데이는 1970년대 국내에 들어와 그후 자리를 넓혀가고 있는데 그 유래에 대해서는 갖가지 설이 있다.
3세기께 로마에서는 군의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 남자가 결혼을 하려면 황제의 허가를 얻어야 했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 성(聖) 밸런타인은 젊은이들을 몰래 결혼시켜 주려다 들통나 순교를 당했는데 이날을 기념해 밸런타인데이가 만들어 졌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로마의 축제일인 루페르칼리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겨울을 지낸 새들이 이날부터 발정을 시작한다고 하는 서양의 속설 등이 전해오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밸런타인데이와 흡사한 날이 있었다.
정월 대보름 날의 탑돌이 행사가 그것인데 밤새워 탑을 돌면서 처녀 총각이 눈이 맞으면 결혼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견우직녀가 만난다는 칠월칠석도 선남선녀가 기다리는 날이었다.
국적불명의 외래문화로 비판받는 밸런타인데이 대신 우리 전통명절을 정해 초콜릿이 아닌 한과로 애틋한 사랑을 전하면 한층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