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은 작년 11월27일부터 시작한 '이제는 신용이다' 시리즈의 마지막 순서로 13일 본사 17층 영상회의실에서 좌담회를 열었다. '올바른 신용교육을 위하여'를 주제로 한 이날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수능시험에 신용교육 관련 내용을 반영하자" "신용교육 공통교재를 발간하자" 등 다양한 의견들을 내놓았다. 또 "어린 시절부터 신용관리가 몸에 배도록 가정에서 용돈교육 등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좌담회에는 서영경 YMCA 신용사회운동사무국 총괄팀장, 송태회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센터 소비자교육실장, 이동기 신용회복위원회 교육홍보팀 과장과 김윤희 하남고 교사가 참석했다. [ 참석자 ] 서영경 < YMCA 신용사회운동사무국 팀장 > 이동기 < 신용회복위원회 과장 > 김윤희 < 하남고등학교 교사 > 송태회 < 금감원 소비자교육 실장 > 사회 = 하영춘 기자 ----------------------------------------------------------------- ▲ 사회 =한국경제신문은 '신용교육이 해법이다' 시리즈를 통해 조기 신용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이에 발맞춰 전국 각지에서 중고생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교육을 실시했다. 이에 대한 호응이 대단했다. 조기 신용교육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달라. ▲ 서영경 YMCA 신용사회운동사무국 팀장 =YMCA는 37개 지부에서 신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사들이 조기 신용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학부모들의 요청도 많다. 당초 서울에선 25개 학교에서 신용교육을 하려 했지만 40개 학교에서 신청이 몰려 하루에 3번씩 교육한 경우도 있었다. ▲ 이동기 신용회복위원회 교육홍보팀 과장 =신용회복위원회는 초중학생부터 대학생, 일반인, 군인, 경찰 등을 대상으로 신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신용교육을 하다보면 실생활과 연관짓기에 막연한 경우가 많다. 교육 현장에서 실감나게 신용교육을 하기에는 아직 신용교육의 내용이 이론에 치우친 느낌이다. ▲ 김윤희 하남고 교사 =지금까지 학교에선 신용교육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학생들의 휴대폰 요금을 보면 20만원 이상 나오는 경우도 많다. 아르바이트를 통해 약간의 돈을 조달할 수 있는 것은 알지만 자칫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는 원인이 될 수도 있어 우려된다. ▲ 송태회 금융감독원 소비자교육실장 =우리나라의 경우 신용불량자 문제가 불거지자 신용교육이 강조됐다. 이에따라 체계적으로 돈을 벌고, 쓰고, 빌리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법을 빨리 교육하는 것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문제는 중학생만 돼도 입시 위주 교육으로 전환하다보니 신용교육을 실시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제일 좋은 방법은 수능시험 지문에서라도 신용교육 문제가 나오는 것이다. 파급효과가 굉장히 클 것이다. ▲ 사회 =신용교육의 제도화 문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있을까. ▲ 김 교사 =수능 제도의 개편없이는 신용교육 자체가 교육 과정에 끼어들 여지가 없다. 또 사회과목 교사 중에서도 경제를 전공한 분이 10명 중 1명꼴이다. 전공이 아닌 부분을 잘 가르치긴 어렵다. ▲ 송 실장 =외국에선 수학교과서에 이자계산이나 수입지출 등 금융관련 내용이 들어가 있다. 자세한 전문 지식보다 신용에 대한 인식을 학생들이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인식이 있는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해 훈련받으면 된다. 지금 우리 교육은 용돈관리 등 기초적인 것도 없이 오직 '공부만 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 서 팀장 =교사들도 신용교육을 가르치고 싶은 의욕이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교사연수 등을 통해 신용교육이 정착되면 좋을 것이다. 사회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 김 교사 =일선 학교에선 신용교육 프로그램이나 비디오테이프 등 관련 보조재를 쉽게 접하기 어렵다. 아무리 좋은 교재가 있어도 현장에서 이용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또 설사 그런 교육 콘텐츠가 있더라도 수능시험점수가 중요한 상황에서 신용교육에 많은 시간을 투입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 사회 =결국은 신용교육 활성화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노력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는데. ▲ 서 팀장 =미국이나 일본은 정부에서 신용교육 관련 마스터플랜을 갖고 있다. 한국의 경우 신용교육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의심스럽다. ▲ 송 실장 =한국은 아직 신용교육이 초기 단계여서 일사불란하게 실시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여러 사회단체와 기관들이 네트워크를 구성, 정부기관과 신용회복위원회 등에 축적된 자료를 제공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외국의 경우도 영국은 정부가 신용교육에 많은 지원을 하는 반면, 미국은 민간단체 주도로 운영된다. 한국은 그 중간 정도를 모델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이 과장 =개별 금융회사와 사회단체들이 별개로 신용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정부를 매개로 이들 여러 기관이 같이 참여해 학생들이 좋아하는게 무엇인지 분석하고 공통교재를 만드는 등 투자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 교육교재 등을 공유하고 영상물도 공동제작할 수 있을 것이다. ▲ 사회 =그렇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신용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 이 과장 =사회단체에서 하는 경제교육에 참여해본 경험이 있다. 느낀 점은 대부분의 경제교육이 '물건을 사서 이익을 내는 놀이' 식으로 구성됐다는 것이다. 투자이익이 누가 1등이냐는 점을 중시하지, 신용이나 위험관리엔 별 관심이 없다. ▲ 서 팀장 =일부 경제교육이 부자되기 교육으로 왜곡되긴 했지만 좋은 교육프로그램도 많다. YMCA는 '신용'을 주제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모의 신용카드를 발급해 신용단계를 체험토록 했다. 일정액의 크레디트머니를 준 후 신용 이상 사용하면 수기를 쓰거나 도우미 역할을 하면서 신용을 회복하는 게임이다. ▲ 김 교사 =신용교육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지금 상황이 조급하게 신용교육을 유행으로 만드는 것이란 느낌도 든다. 신용교육은 일회성으로 끝나선 안된다. ▲ 서 팀장 =일부 금융회사가 실시하는 신용교육은 미래 고객 잡기라든가 기업이미지 제고 차원의 단기적 시각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신용교육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하고, 투자내용을 집대성하며 체계화해야 한다. ▲ 이 과장 =신용교육이 재미가 없는 것도 문제다. 사례 중심으로 가야 재미가 있다. 구체적으로 신용불량자들이 어떻게 해서 빚을 지고 빚에서 헤어나지 못했는가 하는 사례를 보여주면 재미있는 강의도 가능할 것이다. ▲ 김 교사 =현재의 중고생은 동영상 세대이고 컬러 세대다. 이에 걸맞는 교육방법이 필요하다. 대학교 안의 화장실에 학생들을 데리고 가 신용대출 광고지가 잔뜩 붙어있는 것을 보여주며 "저런 데서 돈을 빌려쓰다 잘못하면 고리대금업자에게 걸려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식으로 설명했더니 학생들의 이해도 빨랐다. ▲ 사회 =학교교육뿐만 아니라 가정에서의 교육도 중요하다고 본다. ▲ 서 팀장 =동감한다. 현재 청소년들에겐 책값과 교통비, 저축 등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채 용돈이 주어지고 있다. 인터넷이나 휴대폰 사용 비용을 부모가 부담하고 있어 돈에 대한 감각을 익히는 것을 저해하고 있다. ▲ 이 과장 =자녀들에게 용돈을 줄 때 휴대폰 요금을 포함하는 것이 좋다. 용돈 통장과 휴대폰 비용이 나가는 통장을 동일하게 만들어 본인이 지출에 대해 피부로 느끼도록 해야 한다. 신용교육은 어느 정도까지는 습관적이고 주입적인 면이 필요하다. ▲ 송 실장 =예를 들어 자녀가 5만원짜리 야구글러브를 사고 싶다면 4만원은 부모가, 1만원은 자녀가 저축한 돈으로 구입하는 식으로 예산을 짠 후 돈을 쓰는 훈련을 습관화해야 한다. 정리=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