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정보기술과 비젼텔레콤은 대주주 및 대표이사 자금횡령 혐의로 몸살을 앓고 있다. 두 회사의 지난 1년을 돌아보면 '대주주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와 '머니 게임'의 문제점이 총체적으로 드러난다. 동서정보기술은 현재 자금횡령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이희봉 대표가 지난해 6월 최대주주에 오른 뒤 불과 2개월여만에 사장이 세번이나 바뀌었다. 특히 이 대표는 최대주주가 된 다음날인 작년 6월5일 회사측으로부터 54억원, 닷새 뒤에 다시 10억원의 담보를 제공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달도 안돼 개인투자자 17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나서 자금을 끌어들였다. 그리고 나서 이 대표는 5개월만인 작년 11월 보유지분 대부분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비젼텔레콤도 흐름이 똑같다. 골드뱅크 창업자인 김진호 사장은 작년초 적자기업인 비젼텔레콤을 인수한 뒤 곧바로 1월부터 유상증자에 나서는 한편 아이빌소프트 등 장내외 기업 인수에 열을 올렸다. 지난해 5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주가가 급등, 조회공시요구를 받기로 했다. 이들 업체의 공통점은 개인이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자금을 이용, 등록기업을 인수한 뒤 증자, 회사자금 인출, 출자 등을 반복하면서 회사 자금을 빼냈다는 점이다. 코스닥위원회 관계자는 "이같은 불투명한 과정을 활용해 대주주들이 회사자금을 유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최근 대주주 모럴해저드 문제가 발생한 기업의 상당수는 이처럼 개인 투자자가 경영권을 인수하거나 개인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대주주가 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개인이 대주주의 지분을 사들이거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대주주에 새로 올랐을 때는 자금 출처를 명확히 밝히도록 하고 1년 이상 주식을 팔 수 없도록 제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리츠증권 노기선 주식인수부장은 "회사자금을 빌려가거나 담보를 제공받는 것도 단기 사채를 갚기 위한 용도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법인이 등록기업을 인수할 때도 인수기업의 재무구조가 등록기업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노 부장은 덧붙였다. 일반 주식투자자들도 이러한 '위험 기업'을 가려내는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를 통해 '머니 게임'을 시도하려는 투기꾼들의 입지를 처음부터 줄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주주와 대표이사 변경이 잦은 기업, 대주주에 대한 자금 대여가 많은 기업,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빈발한 기업 등은 투자리스트에서 아예 빼놓아야 한다고 우리증권 신성호 상무는 강조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