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일본은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평양에서 열린 정부 고위 당국자간 접촉에서 일본인 납치피해자 문제를 계속해서 협의해나가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외무성 외무심의관 등 일행 5명은 나흘간의 북한 체류일정을 마치고 14일 중국을 거쳐 귀국한 뒤 이같은 방북 성과를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외상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자신들의 주장을 개진하는데만 치중함에 따라 협상이 시종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납치피해자 5명의 가족 8명을 무조건 조속히 돌려보내라고 요구한 반면, 북한측은 우선 일본에 머물고 있는 5명이 북한으로 되돌아와야 한다고 맞섰다. 특히 일본측 협상단은 "2002년 북.일 평양 정상회담의 정신에 기초해 납치문제를 해결하고, 국교정상화를 실현하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의 친서를 북측 대표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간접 전달했다. 가와구치 외상은 다나카 심의관의 보고를 청취한 뒤 기자들을 만나 "(북한과)대화가 매우 힘들었던 것 같다. 우리는 말해야 할 것을 확실히 주장했고, 북한도 자신들의 원칙을 강조했다"며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정부간 대화를 계속하자는 `입구(入口)를 만들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과 일본 정부간 대화는 지난 2002년 10월 이후 1년 4개월 정도 중단된 상태였다. 일본 언론들은 북-일 양측이 일단 납치문제에 관한 협의를 계속하기로 함에 따라 추후 협의는 오는 25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북핵 6자회담과 병행해 진행될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일본은 향후 납치문제의 대응방침과 관련해 ▲납치와 핵문제를 분리하지 않는다▲납치피해자 5명의 북한 거주 가족 8명의 조속한 무조건 귀국을 요구한다 ▲가족귀국이 실현되지 않을 경우에는 국교정상화 교섭은 없다는 원칙을 세웠다. 앞서 다나카 심의관 일행은 13일 강석주(姜錫柱)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회담을갖고 납치문제를 논의했으나, 양측의 입장차이만 확인한 채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강 부상은 일본에 귀국해 있는 납치피해자 5명이 평양공항으로 돌아오면 그들가족 8명을 일본으로 보내줄 수 있다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측은이번 회담에서 일본이 유엔결의없이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대북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든데 대해 반발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ksi@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