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을 찌를듯 달을 향해 솟다 .. 영암 '월출산'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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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 구정봉이 창검을 들고 허공을 찌를 듯이 늘어섰는데 천탑도 움직인다 어인 일인고 아니나 다를세라 달이 오르네
- 노산 이은상의 시조집 '조국강산'중 '월출산' -
평야를 달린다.
저 멀리 산이 다가온다.
산자락엔 벌써 봄이 와 닿았다.
그러나 산은 아직 눈에 덮여 있다.
산세가 한 눈에도 평범하지 않다.
아름답다!
산은 잔잔한 대지 한가운데로 예비동작도 없이 우뚝 솟았다.
누군가 광야에 바위덩이를 엎어 놓은 듯하다.
월출산 산행은 그 산을 바라보는 순간 시작된다.
국립공원 20호 월출산.반도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산악국립공원이다.
월출산은 바위가 흙 밖으로 나와 있는 골산(骨山)이다.
긁어 파놓은 듯한 깊은 골짜기,곳곳에 드러난 바위들이 변화무쌍한 지형을 보여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을 '바위 박물관'이라 부른다.
연인바위,사랑바위,임산부바위,가족바위,구두바위,횃불바위,그리고 동물들의 이름을 가진 바위 등.각양각색의 이미지들이 고개를 돌릴 때마다 다가온다.
월출산은 남쪽과 북쪽 사면이 사뭇 다르다.
북쪽 산세가 자못 웅장하다면 남쪽은 순탄하다.
무인과 문사의 기질이 음양의 조화로 한 몸을 이룬 것 같다.
특히 월출산은 그 이름대로 달이 돋을 때의 모습이 장관이다.
기암괴석이 달을 배경으로 실루엣을 드러내면 산등성엔 세상의 모든 형상이 깃들인다.
월출산 등반로는 천황사에서 시작해 높이 7백38m의 구정봉을 거쳐 반대편 도갑사로 떨어지는 종주코스가 가장 일반적이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로지르는 길이다.
보통 걸음으로 예닐곱시간 소요된다.
길은 오르막이 급하게 이어져 체력소모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사방이 탁트인 덕에 위로는 능선의 바위,아래로는 영암과 강진 벌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했다는 구름다리,구정봉의 아홉개 물웅덩이,마왕재의 억새밭 등은 힘든 산행길에 충분한 보상이 된다.
월출산의 으뜸은 도갑사.국립공원의 서쪽 자락에 포근히 안겨있는 도갑사는 산의 자연미에 차분한 종교적 향기를 더한다.
도갑사는 신라 헌강왕(서기 880년) 도선 국사가 창건했다.
도선 국사는 한반도를 배가 항해하는 형상으로 생각했다.
태백산과 금강산은 뱃머리,한라산은 배의 꼬리,지리산은 돛대,그리고 월출산은 배의 운전석으로 여겼다.
때문에 도선 국사는 한반도의 중심부인 이곳에 사찰을 세웠다.
삼천리 금수강산에 깃들여 사는 모든 사람들을 끌어안고자 함이었다.
도갑사는 훗날 조선 세조 2년(1456년)수미·신미 선사에 의해 중창됐다.
당시 건축물의 규모가 9백66칸이었다고 하니 그 규모가 짐작이 간다.
지금은 상당부분 소실됐지만 그래도 품격은 여전하다.
국보인 해탈문,석가여래좌상 등 보물 2점,그리고 지방문화재 6점이 있다.
영암=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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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수첩 ]
손수운전자들은 월출산 산행시 천황지구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두고 산을 넘은 뒤 도갑사 입구에 줄지어 있는 택시를 이용해 돌아가면 편리하다.
영암의 먹거리론 "갈낙탕"이 유명하다.
갈비와 낙지를 함께 넣어 맑게 끓여낸 것인데 낙지의 담백함과 갈비의 든든함이 잘 어울린다.
낙지만을 맑게 끓여낸 시원한 연포탕은 술 마신 다음날 속풀이용으로도 그만이다.
독천식당(061-472-4222)이 갈낙탕으로 소문나 있다.
갈낙탕 1만2천원,낙지구이 10마리 4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