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업체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설투자를 전년도보다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업체의 투자 규모는 초고속인터넷망과 이동통신의 멀티미디어서비스가 가능한 CDAM 1x EVDO망 구축이 마무리된 지난 2002년 이후 계속 줄어 통신장비업계의 경기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1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주요통신업체들은 올해 시설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줄이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결정했다. KT는 올해 시설투자 규모를 2조원으로 잡아 지난해의 2조1천억원보다 5% 정도 줄였다. SK텔레콤 역시 올해 투자 규모를 1조7천억원 정도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의 1조6천9백60억원에 비하면 소폭 상승한 셈이지만 사실상 투자를 동결한 것으로 보인다. KTF는 투자규모를 확정짓지 못했지만 지난해 9천5백50억원보다는 줄어든 9천억∼9천5백억원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과 2004년 2년간 8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LG텔레콤은 지난해 절반이 훨씬 넘는 4천4백92억원을 투자했기 때문에 올해는 3천6백억원의 투자여력이 남아있다. 통신업체들의 이 같은 설비투자 규모는 각 기업들이 세부내역을 확정하기 전에 대략적인 규모를 추산한 것이어서 실제 투자규모는 더욱 줄어들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래에셋 김경모 연구위원은 "통신업체들이 밝힌 올해 투자 규모는 지난해와 비교해 상징적으로 밝힌 수치"라며 "실제 투자 규모는 이보다 훨씬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통신업체들이 이처럼 설비투자를 줄이는 것은 신성장동력이 될만한 마땅한 신규사업이 없는 데다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보수적인 투자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제3세대 이동통신서비스의 W-CDMA의 경우에도 정부는 투자를 촉구하고 있지만 SK텔레콤과 KTF는 "EVDO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서비스에 거액을 투자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동양증권 양종인 연구위원은 "통신업체들의 외국인 주주들은 배당을 선호하는 데다 수익이 불확실한 사업에 투자하는 것을 극력 반대하고 있다"며 "통신업체들이 미래 사업에 적극 투자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통신장비업계 관계자는 "통신업체들의 투자 규모가 줄면서 통신장비업계는 장기간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경쟁력 강화차원에서 정부가 투자활성화를 위한 지원방안을 내놓아야할 때"라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