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경제를 놓고 '골디락스 경제'라는 용어가 눈에 띈다. 골디락스(Goldilocks)란 영국의 전래동화로 어느 배고픈 소녀가 숲속에 가다가 곰이 차려놓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는 것이 주내용이다. 한 나라 경제에 대해 골디락스라는 용어를 붙이는 것은 높은 성장세가 지속되더라도 인플레 부담이 거의 없는 이상적인 경제를 말한다. 지난해 3·4분기 이후 미국경제는 잠재수준(연방준비제도이사회 추정 3.5% 내외)을 웃도는 4%대의 높은 성장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오히려 1%대로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경제 역사상 가장 좋은 시절의 하나로 평가되는 1990년대 후반의 신(新)경제 국면이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이론적으로 한 나라 경제의 잠재수준을 웃도는 높은 성장세는 인플레를 유발한다는 종전의 인식과 달리 골디락스 경제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한 마디로 경기회복 혹은 경제성장의 원천이 달라지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제2차 대전 이후 미국경제가 반복된 침체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대부분 재정지출 증대와 금리인하와 같은 총수요 부양대책에 기인했다. 이런 대책으로 잠재수준을 웃도는 높은 성장세가 나타나면 곧바로 인플레현상이 나타났다. 물론 이번 경기회복도 세금감면과 금리인하와 같은 총수요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주로 기업들의 고용감축과 기술혁신에 따른 생산성 증가와 같은 총공급측 요인에 기인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경기회복과 경제성장은 인플레 부담은 줄어드는 대신에 고용이 늘어나지 않는 것(jobless recovery)이 특징이다. 90년대 후반의 신경제 국면과 다른 것은 당시에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정보기술(IT) 산업이 경제성장을 주도했다. 수확체증의 법칙이란 생산하면 할수록 공급능력이 늘어나 인플레 부담이 없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면이 자원의 희소성을 바탕으로 수확체감의 법칙을 골간으로 했던 종전의 생산이론과는 구별되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이번의 골디락스 국면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여러 요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지만 거시적·미시적 측면에서 수지가 악화되고 있는 점이 관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미국의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적자규모는 각각 5천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예상이 실현된다면 국민소득(GDP)의 5%를 넘는 수준이다. 또 지난 3년간 지속된 저금리로 미국 국민을 중심으로 개별 경제주체들의 자산-부채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결국 이런 수지악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근처럼 잠재수준을 웃도는 높은 성장국면을 지속해 나갈 수는 없다. 미국의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와 같은 세계적인 예측기관들이 앞으로 미국경제가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를 정점으로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따라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내일은 태양만 뜬다'는 의미의 마냐나 경제론과 골디락스 경제론을 토대로 미국경제를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정책운용이나 기업경영에 임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세계주가와 투자전략 차원에서 본다면 지난해 이라크 전쟁 이후 1년 동안 지속돼온 상승국면이 올 하반기(이르면 3월) 이후에는 고원(高原)수준이 그대로 유지되거나 하락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