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내에서도 '원 소스-멀티 유스'가 21세기형 비즈니스 모델로 각광받는 모양이다. 한가지 재료를 이쪽저쪽 부처에서 여러번에 걸쳐 발표하는 일이 왕왕 벌어진다.발표주체를 놓고 밀고 당기는 기현상도 드물지 않다. 물론 '홍보발' 좋은 정책이 주대상이다. 지난 12일 최종 확정·발표된 '건강보험 본인부담금 상한제'가 한 예다. 이 제도는 지난해 11월말부터 불과 2개월반 동안 4차례나 언론을 탔다. 복지부발로 11월말 '검토'가 발표됐다.올 초 김화중 복지부 장관이 '새해 추진사업'으로 꼽으면서 다시 한번 전해졌다. 이것을 재정경제부가 지난달 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차 올해중 진료비 본인 부담 상한제를 도입하겠다"며 새삼스럽게 발표했다. 이번에 복지부의 최종안까지 도합 네번이 국민에게 알려진 셈이다. 이러다보니 정작 '최종안'의 비중이 줄어든 감도 없지 않다. 복지부는 '나왔던 내용'을 몇번씩 우려먹는게 아니냐는 다소 억울한 눈총을 받기도 했다. 건강보험 본인부담금 상한제가 여러번 알려져 나쁠 건 없다. 본인부담금 상한제는 암환자 등 치료비 부담에 시달리는 고액·중증 질환자에겐 희소식이다. 비급여가 제외됐다는 점에서 미진하지만 의미있는 첫걸음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예산부처가 구체적 내용이 정해진바도 없는 타부처 사업계획을 굳이 새로운양 발표하는 것은 의아한 일이다. 같은날인 12일 복지부에선 기자실에 배포된 자료를 급거 수거하는 해프닝도 있었다.국민연금공단이 국민연금상담사 1천명을 뽑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자초지종인즉 기획예산처에서 발표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국민연금공단은 복지부의 주요 산하 기관중 하나다. 배포됐다 거둬진 자료에는 '청년실업 해소'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 의미가 부여돼 있었다.생색날 만한 발표자료를 두고 벌어진 코미디같은 일이었다.'복잡다단한 국민연금 제도를 잘 이해할 수 있는 40세 미만 남녀'라는 채용 조건을 볼 때 이 안이 청년실업을 줄이는데 과연 도움이 되는 것인지는 논외로 하자. 사골도 자꾸 우려내면 싱거워진다. 같은 정책을 예산부처와 주무부처가 각기 두번 세번 발표하는 것은 좀 과장하면 국민기만이다. '생색 나눠내기'는 아무래도 옹색하니 말이다. 김혜수 사회부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