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여성 신자들은 히잡(hijob)이라고 하는 머리수건을 두르고 다니는데 그 모양과 색깔이 종교적 성향과 계층,연령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일반적으로 믿음이 강한 보수적 성향의 여성들은 온 몸을 가리는 히잡을 착용하지만 개방적인 여성들은 두건 형태의 히잡을 쓴다. 색깔의 경우 젊은 여성들은 검정이나 희색 등 단색에서 벗어나 원색 계통의 화려한 색깔을 선호한다. 나라마다 명칭도 달라 이란에서는 차도르,인도네시아에서는 질밥이라고 한다. 히잡 착용은 이슬람시대 이전부터의 관습이라고 하는데 이를 코란이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유혹하는 어떤 것도 보여서는 안된다. 즉 가슴을 가리는 수건을 써서 남편과 부모,자기 자식과 형제,그리고 성에 대해 부끄러움을 알지 못하는 어린이 이외의 자에게는 아름다운 곳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는 구절이 바로 그것이다. 히잡은 곧 여성의 순결과 처녀성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히잡 착용이 유럽에서 사회적인 문제로 불거져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발단은 프랑스 하원이 지난 10일 종교적 색채가 강한 히잡을 공립학교에서 전면 금지했기 때문인데 이를 위반하면 정학 등의 처벌을 받게 된다고 한다. 이슬람교도 입장에서는 '종교냐 교육이냐' 하는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게다가 인근 독일과 벨기에 등 보수주의 성향의 정치인들이 비슷한 법을 제정할 움직임을 보여 이슬람교도들과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슬람 사회에서는 이 법이 종교와 인권탄압이라며 연일 격렬한 시위를 벌이면서 항의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등의 보수파 정치인들은 "머리수건은 여성을 압박하기 위한 도구이며 남성에 대한 여성의 복종을 상징하는 것"이라며 "종교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이를 묵과하는 것은 성차별을 조장하는 것에 다름아니다"고 강변하고 있다. 9·11 테러에 영향을 받아 제정된 히잡 착용 금지법이 유럽사회에서 이슬람 혐오증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해석도 만만치 않다. 자칫 종교충돌 문명충돌이 우려되는 양상이다. 히잡을 둘러싼 논쟁이 어떤 방향으로 종지부가 찍혀질지 큰 관심이 아닐 수 없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