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준돈 20%는 떼일 각오 ‥ 카드발급 금융사 작년 충당금 18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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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사들이 작년 말 결산때 신용카드 자산(신용매출, 현금서비스, 카드론)을 떼일 것에 대비해 쌓은 대손충당금이 총 18조원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에 비해 약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또 작년 말 현재 전체 신용카드 자산과 비교하면 약 20%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금융사들이 신용카드 회원들에게 빌려준 돈의 20% 정도는 떼일 각오를 하고 있는 셈이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12개 주요 금융사(은행 4개, 전업 카드사 8개)의 지난해 신용카드 관련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총 18조1천78억원으로 전년도(9조4천5백13억원)에 비해 91.5%나 증가했다.
이처럼 대손충당금이 급증한 것은 연체율이 크게 높아진 때문으로 전업계 카드사의 경우 연체율이 2002년 말 8.8%에서 작년 말 14.3%로 치솟았다.
은행과 카드사들은 신용카드 대금에 대해 연체 1개월 미만은 1%, 1~3개월 미만은 12%, 3~6개월 미만은 60%, 6개월 이상은 1백%를 대손충당금으로 전입하게 돼 있다.
금융사별로는 LG카드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가장 많았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가결산 결과 지난해 충당금 전입액은 약 5조원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LG카드 다음으로는 국민은행(3조5천2백38억원), 삼성카드(2조8천2백90억원), 외환카드(2조1백89억원)가 뒤를 이었다.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커지면서 금융사들의 수익성도 급격히 악화됐다.
8개 전업 카드사들은 지난해 총 8조5백12억원(잠정치)의 적자를 냈다.
이는 전년도 순손실액(2천6백16억원)에 비해 3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은행들도 국민은행이 지난해 6천1백18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신용카드 충당금으로 이익의 대부분을 까먹거나 적자를 냈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현재 은행계 신용카드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은 9.4%를 기록, 작년 말보다 1.6%포인트 상승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지난해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전체 신용카드 자산의 약 20%로 추산된다"며 "연체율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 한 금융사들이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철규ㆍ김동욱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