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사 쟁점 급부상 ‥ 현대重 근로자 분신자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비정규직 문제가 올해 노ㆍ사ㆍ정 관계의 최대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현대중공업 비정규 근로자가 차별철폐를 요구하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자살하면서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 이후 소강상태를 보였던 비정규직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변하고 있다.
비정규 차별 철폐에 대해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 지도그룹은 '반드시 관철한다'는 의지다.
한국노총도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노동자대회를 열고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산업 현장의 기존 노조원들은 비정규직 처우 개선으로 인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높아질 경우 상대적으로 기존 인력 처우 개선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어 '노-노 분쟁' 불씨도 안고 있다.
이와 관련, 신임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정부가 차별을 해소하고 축소하는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비정규직 모두를 정규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나 논리적으로 어렵다"고 밝혀 노ㆍ사ㆍ정 3자간의 복잡 미묘한 시각 차이를 보였다.
경영계측은 "기존 인력의 고임금 부담을 그나마 비정규직 채용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차별 철폐를 할 경우 인건비 부담을 견딜 수 없다"면서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 비정규직 세력화 =현대중공업 협력업체인 인터기업의 전 근로자 박일수씨(50)가 "비정규직 차별을 철폐하라"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한 사건을 기화로 비정규직 세력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미 울산에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의 사내협력업체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노조를 설립,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석유화학업계의 일용 건설업체 비정규직들도 노조를 설립해 멀지 않아 울산에만 조합원 10만명 규모의 비정규 노조연대가 출범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에만 1백60여개 사내 협력업체에 1만5천여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근무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현대차 노조가 대형 제조업체로선 처음으로 비정규직 노조의 흡수 통합(정규 노조에 직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노조는 17∼20일 사이 열리는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비정규직 조직화 방안'을 안건으로 상정한다.
이것이 성사될 경우 우리나라 단일 사업장으로는 조합원이 6만여명에 이르는 거대 공룡노조가 탄생하게 된다.
◆ 한 지붕 두 노조 갈등 양상 =현대중공업의 경우 9년여째 무분규를 이어온 정규직 노조원들은 비정규 차별 철폐에 시큰둥한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탁학수)가 민주노총의 비정규 대책위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이같은 정서를 반영하는 것이다.
현대차도 노조 간부들과는 달리 노조원들은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대표들이 비정규직 흡수를 위한 노조 규약 변경을 하려면 4백8명의 대의원들 가운데 투표에 참석할 대의원 중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미지수다.
부결될 경우 정규직-비정규직, 실리파-민노총 연대파 등이 갈려 노-노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