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혁신 이론은 성장에 한계에 부딪혀 새로운 전략에 목말라온 많은 나라와 기업들에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주요 국제회의에서도 단골메뉴가 됐다. 지난달 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성장 재창조(reinventing growth)'를 주제로 한 가치혁신 분과회의가 열렸다. 마보안 교수가 주재한 이 회의에는 김 교수가 학계 대표로, 마이클 델 델컴퓨터 회장과 스텔리오스 하지-이오아누 이지그룹 회장 등이 가치혁신 기업의 경영자를 대표해 패널로 참석했다. 다보스 포럼에서 가치혁신은 지난 98년 연례회의에서 처음 소개된 이래 꾸준히 주요 세션으로 다뤄지고 있다. 경영학계에서도 가치혁신은 단연 인기 아이템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볼티모어에서 열린 세계경영전략연구회(SMS) 제23차 연례 총회는 아예 가치혁신 세션으로 막이 올랐다. 그만큼 가치혁신 이론의 열기가 뜨겁다는 증거다. 이날 회의에서 김 교수와 마보안 교수는 '성과와 비용의 상충관계를 깨뜨리는 전략'을 주제로 가치혁신을 통해 돈이나 시간을 더 쏟지 않고도 실적을 높이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월리엄 브래튼 로스앤젤레스 경찰국장과 패트릭 스노볼 영국 노르위치 유니온 보험사 CEO 등 내노라는 인사들이 참석, 가치혁신을 통해 혁신에 성공한 경험담을 생생히 전했다. 브래튼 국장은 지난 94~96년 뉴욕경찰국장으로 있는 동안 공공기관 혁신을 통해 범죄 천국 뉴욕을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탈바꿈시킨 주역이다. 스노볼 회장은 지난 2001년 9ㆍ11사태 이후 많은 보험회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치혁신전략 도입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날 행사는 가치혁신을 배우기 위해 영국과 스웨덴의 경찰 간부들이 대거 참석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유럽에서 가치혁신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지난해 4월 독일 쾰른에서 개최된 제9회 세계비즈니스 다이얼로그(WBD) 정례 포럼은 가치혁신 페스티벌을 방불케 했다. 2년마다 열리는 이 행사는 선진국 정부 대표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존 클락슨 보스턴컨설팅그룹 회장 등 세계적인 기업가들과 석학들이 참석하는 국제행사로 '리틀 다보스'라고 불린다. 이들은 전 세계에서 온 경영학도들과 만나 국제 비즈니스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열린 토론을 가졌다. '변화하는 세계의 성공'을 주제로 열린 지난 대회 의장이 바로 김 교수였다. 특히 가치혁신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열광에 가까웠다. 학생들이 전략 이론의 새로운 스타로 부상한 김 교수를 에워싸고 즉석 강의를 요청하는 바람에 공식 만찬이 연기될 정도였다. 세계 유수기업들도 잇따라 가치혁신 이론을 도입해 미래전략을 짜고 있다. 현재 정유회사 쉘과 보험회사인 노르위치 유니언, 토머스쿡그룹의 토머스쿡 금융회사, 화학회사 솔베이유 등 30여개 글로벌 초우량 기업들이 가치혁신을 적용하고 있다. 가치혁신 열풍은 공공기관에도 불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로 꼽히는 뉴욕 경찰국에 이어 현재 로스앤젤레스 경찰국을 비롯 미국과 유럽의 주요 도시 관청에서도 이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