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해 이번 주부터 기업인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본격화되는 모양이다. 대통령이 "기업인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거듭 밝히고 있지만 검찰은 "원칙에 따르겠다"며 구속수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대내외 경제환경이 어렵게 돌아가는 판에 기업인들을 더욱 얼어붙게 만든다면 정말 어떻게 될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사법처리는 기업인이든 아니든 기본적으로 수사결과에 따라 검찰이 판단할 문제라고 보지만 검찰 스스로 이미 밝혔듯 경제에 미칠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심사숙고해 주기 바란다. 불법대선자금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소상한 일들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상당부분 한국적 정치 풍토와 따로 떼어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대선자금 지원을 요구받고서 외면할 기업이 솔직히 이땅에 얼마나 되겠는가. 속된 말로 알아서 기지 않으면 안되는 것 또한 서글픈 우리 현실이 아니었던가. 그런 점에서도 수사의 목적이 진정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할 것이고,기업인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은 "기업인에게까지 과거를 다 묻는 방식으로 가는 것은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나 역시 피고인석에 있기 때문에 처지가 옹색하다"고 했다. 그런 대통령의 입장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그렇다고 기업인 수사가 돌이킬 수 없는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지고 만다면 그 또한 대통령 책임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자 한다. 특히 검찰도 재판부도 아닌 정치권 일각에서 특정 기업인 이름까지 들먹이며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듯한 성명을 내는 것은 한마디로 개탄스런 일이다. 정치권이 과연 그럴 자격이라도 있는지 되묻고 싶다. 기업인 처벌만이 능사인양 하는 상황에서 기업할 의욕이 생길리 만무하다. 경제가 누란의 위기국면에 왔다는 사실을 누구도 외면해선 안된다. 검찰의 슬기로운 수사매듭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