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해 기업인들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가 논란을 빚고 있다.


'법대로'를 요구하는 명분론과 '경제도 생각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대치하는 형국이다.


검찰이 "죄질을 따져…"라고 말하고 있는 데 반해 대통령이 "기업인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을 내놓은 것도 기업인 처벌을 둘러싸고 우리사회 전체가 적지 않은 견해 차가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잘못한 것이 있어 법에 의해 처벌받는 것은 물론 너무도 당연하다.


또 그것은 움직일 수 없는 법치주의 원칙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기업인들은 범법자라기보다는 피해자로서의 측면이 크고 기업인을 처벌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국제 위상 추락 등 후유증도 결코 작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기업인 처벌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노무현 대통령조차 스스로 '피고석에 있다'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어느 누구도 불법 자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본다면 더욱 그렇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30년 전 방식으로 정치자금을 조성하는 정치권과 정부의 막강한 규제권한이 혁파되지 않으면 선거가 끝날 때마다 기업인이 검찰에 불려다니는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기업인 몇명 처벌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CHL의 김성기 대표 변호사는 "우리 경제의 급박한 현실을 감안하면 기업인 구속이 경기침체와 국제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것은 뻔한 이치"라며 "법치주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업인 처벌을 최소화할 수 있는 현명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인 처벌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보다는 국민경제에 미칠 손실이 너무 크다는 얘기다.


이규황 전경련 전무는 "이번 기회에 기업을 정치자금으로부터 해방시켜주는 제도적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며 "피해자라는 의식을 갖고 있는 기업인들을 처벌할 경우 그들은 오히려 잘못된 역사의 십자가를 진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무는 특히 "처벌만으로 정치자금을 근절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면 순진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조일훈·장경영 기자 ji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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