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4번 도전 끝에 16일 국회에서 비교적 '싱겁게' 통과됐다. 지난 3번의 처리 시도 과정에서 난항을 겪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날도 통과 여부를 놓고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농촌 의원들이 지난해말과 지난달 비준안 처리때와 달리 물리적 저지에 나서지 않아 순조롭게 통과됐다. 이같은 결과는 한나라당 지도부가 찬성당론을 강력하게 밀어붙인 데다 의원들이 비준안의 3번에 걸친 무산에 따른 거센 비난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나라당,'찬성'밀어붙여=지난 세번의 비준안 처리때 명백한 찬성당론을 정하지 않고 어정쩡하게 대처해 '리더십 부재'비판을 받았던 한나라당 지도부의 태도는 강경했다. 이날 오전과 오후 두차례 의원총회를 열어 찬성당론을 정한 후 표단속에 나섰다. 최병렬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비준안은 당의 명운이 걸린 심각한 문제이므로 찬성 당론으로 임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최 대표는 "기명표결 결과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힌 25명 외에 당론을 따르지 않을 경우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농촌의원들을 압박했다. 최 대표는 농촌 의원들과 오찬에서 반대 의원들에게 4월 총선 공천때 불이익을 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 대표는 이 자리에서 홍사덕 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반대한다는 의원 25명을 전부 본회의장에서 다 퇴장시켜라.어름어름 할 일이 아니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같은 압박 때문에 실제 표결에서 한나라당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던 25명 외에 6명만이 가세,31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당초 예상보다 밑도는 숫자다. 자유투표로 임한 민주당에선 소속 의원(62명) 절반 가까운 29명이,자민련에서는 9명중 6명이 각각 반대표를 던져 반대율이 상당히 높았다. 찬성당론을 유지한 열린우리당에선 3명의 이탈표가 나왔다. ◆농촌의원 반발 강도 약화=농촌 출신 의원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강도는 세지 않았다. 한나라당 권오을 이상배 송광호 의원 등은 의원총회에서 "농촌 출신 의원들도 비준안 자체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정부가 지난 9일 비준안의 본회의 처리 무산 이후 새롭게 내놓은 농촌 대책이 없고,기존의 대책도 농촌을 살리기에는 미흡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김경재 의원은 "농민들에 대한 지원 대책이 확충되지 않아 그 상태 그대로라면 통과의 명분이 없다"며 "수정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비준반대 의견을 보였다. 그러나 한나라당 농촌의원들은 지도부의 강한 압박 탓에 강경자세를 고수하지 못했다. 본회의에서 고건 총리의 추가 농촌 지원대책 설명을 들은 후 찬·반 여부를 개개인의 판단에 맡기는 등 한발 물러섰다. 다만 이규택 의원은 비준안 통과 직후 "농촌에 장송곡이 울렸다"고 두번이나 외쳤지만,다른 농촌 의원들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홍영식·최명진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