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비준만을 기다렸다." 16일 국회의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통과와 함께 자동차 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중남미 공략이 본격 재개됐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기아자동차 등 주요 기업들은 그동안 FTA 비준을 앞두고 제품 값을 대폭 인하해 경쟁력을 유지해오던 터. 따라서 국회의 FTA 비준을 계기로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서 과거 시장점유율을 회복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시장 1위 제품을 속속 만들어 내겠다는 각오다. 더욱이 한·칠레 FTA로 중남미 시장에 교두보를 마련한 만큼 중남미 전역에 한국 기업의 이미지를 되살려 시장을 본격적으로 잠식해 들어간다는 전략이다. ◆무관세 혜택을 활용하라 자동차 업계는 한·칠레간 FTA 비준으로 칠레는 물론 멕시코 브라질 등에서 판매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FTA가 발효되면 한국에서 수출하는 자동차의 수입관세(6%)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현지 수입 대리점은 공격적인 판매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 2001년 23.8%에 달하던 국산 자동차의 칠레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8.9%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대차 기아차 등 자동차 업체들은 FTA 비준을 이 같은 점유율 하락을 상승세로 돌이킬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특히 칠레와 함께 멕시코 시장을 공략하는 데 주력키로 했다. 2000년 9월부터 멕시코 수출을 시작한 현대차는 다임러크라이슬러의 닷지 브랜드로 아토스 베르나 등을 수출하고 있다. 작년 수출 규모는 2만7천대. 회사측은 칠레에 이어 멕시코와 FTA 협정을 맺으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이 아닌 고유 브랜드로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50%에 달하는 관세를 현실화해줄 것을 멕시코 정부에 요청하는 등 현지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제품 1위 전략 가동 전자업계도 FTA 지연으로 주춤했던 영업활동을 본격화하기 위해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특히 칠레가 자체 수요보다는 중남미 지역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브라질 아르헨티나 페루 파라과이 우루과이 콜롬비아 볼리비아 등 인근 지역 진출을 위한 구체적인 영업전략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칠레지사를 법인으로 승격시킨 데 이어 주요 제품의 판매 촉진을 위한 전략 수립에 나섰다. 현재 시장점유율 1위인 컬러TV 모니터 전자레인지 부문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2∼3위에 머무르고 있는 휴대전화 부문에서도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1위에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또 PDP TV,LCD 모니터,DVD 플레이어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에 더욱 전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지난해 칠레지사를 법인으로 승격시킨 LG전자도 FTA 타결을 계기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기로 했다. 현지에서 시장점유율이 선두권인 TV DVD 세탁기 등의 판매에 주력하는 한편 프리미엄 가전 및 고급 휴대폰 제품의 라인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가전제품의 매출이 60% 이상 이뤄지는 대형 백화점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해 중남미 시장에서 톱 브랜드로 자리잡는다는 계획이다. ◆현지 밀착 마케팅 대우일렉트로닉스는 1년여의 준비 끝에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 최근 현지 판매법인을 세웠다. 대우는 FTA가 발효되면 6% 수준의 관세를 물고 수출하는 가전 품목들에 대한 관세 부담이 없어지는 만큼 신설법인을 통해 기존의 세탁기 냉장고 TV 외에 에어컨 청소기 전자레인지 등도 추가로 수출할 계획이다. 회사측은 칠레법인이 남미지역의 유일한 법인인 만큼 이곳을 중심으로 남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칠레가 정치·경제적으로 안정된 데다 전체 인구 1천5백여만명 중 2백10만명이 휴대전화를 사용할 정도로 디지털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은 만큼 남미시장 공략을 위한 주요 거점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익원·강동균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