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늦긴 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이제 첫 단추가 끼워진 만큼 싱가포르 일본 중국 미국 아세안 등으로 협정대상 국가를 적극 넓혀 나가야 할 것이다. 비준안을 놓고 농촌 의원들이 집단으로 반발하는가 하면 국회처리도 세 차례나 무산되는 등 엄청난 산고를 겪은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전혀 진통이 없었다면 그 또한 이상한 일일는지 모른다. 쌀 사과 배 등 주력농산물이 제외됐지만 칠레산 포도 복숭아 등이 수입되면 관련농가가 큰 피해를 입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농촌의원들이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점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나라경제를 생각할 때 FTA체결이 꼭 필요한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각국이 FTA회원국과 비회원국을 차별대우하고 있는 만큼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FTA를 외면하고선 생존이 불가능하다. 실제 FTA를 지연시켜 온 탓에 우리기업들이 입고 있는 피해는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다. 당장 칠레 멕시코 등 중남미 시장에서 자동차 가전 휴대폰 타이어 등 한국상품의 점유율이 급락하고 있으며 미국 유럽 등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 때문에 피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1백84개가 발효중인 FTA는 내년말엔 3백개를 넘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교역량도 이미 세계전체의 절반 이상이 FTA회원국들 사이에 이뤄지고 있으며 유럽과 미주의 경우는 대륙 차원의 자유무역시장까지 출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칠레 FTA를 계기로 세계적 조류로 자리잡은 FTA를 서둘러 확대해 나가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글로벌 경제 체제에서 시장개방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FTA에 이어 올해 쟁점으로 부상할 쌀시장 개방 협상 역시 같은 시각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다. 대미 투자협정,도하개발아젠다(DDA)등 다른 협상 또한 전체 국익이 무엇인지부터 먼저 생각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