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가 자꾸 늘고 피로에 찌들어 있던 어느날. 별 생각없이 집 근처 공원에 나갔다가 수많은 사람들이 걷고 달리고 뛰는 광경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나도!"하고 마음을 굳게 먹어보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그래도 꾸준히 걷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오 이렇게 놀라운 일이! 체중이 86kg에서 68kg으로 18kg이나 줄었다. '걷는 인간 죽어도 안 걷는 인간'(하우석 지음,거름,1만원)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 책은 한마디로 걷는 게 인생 최고의 보약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100억짜리 기획력'이라는 베스트셀러의 주인공.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와 기획력도 바로 걷기에서 나왔다며 '걷는 인간과 안 걷는 인간의 미래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단언한다. 하루 30분 걷는 인간과 죽어도 안 걷는 인간. 1년 뒤 두 사람의 인생은 어떻게 바뀔까. 걷는 인간은 자신의 하루와 인생을 기획할 줄 안다. 이런 사람은 환경을 지배하고 능동적이며 진취적이다. 걷는 게 좋다는 걸 알면서도 안 하는 사람은 가정과 직장에서 끌려 다니기만 한다. 환경에 지배당하는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인물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철학자들도 전형적인 '걷는 인간'들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제자들과 함께 걸으면서 공부하고 가르쳐 '소요학파'로 불렸고 칸트도 매일 오후 정확한 시간에 같은 곳을 걸었다. 독일 하이델베르그의 '철학자의 길'에서는 대문호 괴테와 철학자 헤겔,야스퍼스 같은 위대한 인물들이 깊은 사색에 잠겨 걸었다. 그만큼 걷는다는 것은 깊고 넓은 사유의 세계,아이디어와 기획력의 원천이기도 하다. 걸으면 뇌에 혈액과 산소 공급이 원활해져서 뇌 기능이 활성화된다. 책상 앞에 앉아서 두 시간 머리를 짜내는 것보다 30분의 산책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얘기다. 걷기는 최고의 체중 감량 도우미이자 건강 지킴이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운동의 대명사는 '달리기'였지만 최근에는 '뛰지 말고 걸어라'는 조언이 많아졌다. 운동의 강도가 세면 탄수화물이 많이 쓰이고,강도가 약하면 지방이 많이 연소되므로 비만의 원인인 지방을 없애는 데는 걷기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한다. 이 책에는 '걷는 인간' 되는 9단계 프로젝트도 소개돼 있다. △가장 큰 함정인 의심을 극복하라. △목표는 반드시 숫자로 못을 박아 정하라. △자신에게 운동화와 운동복을 선물하라. △동네방네 소문을 내라. △다양한 스트레칭을 즐겨라.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걷기 코스를 개발하고 즐겨라. △좋은 걷기 파트너를 물색하라. △걸으면서 생각하는 등 두마리 토끼를 잡아라. △걷기 프로에 도전하라. '걷기 혁명 530-마사이족처럼 걸어라'(성기홍 지음,한국경제신문사,9천원)도 놓치지 말아야 할 지침서. 국내 '걷기 박사 1호'인 저자는 '세계에서 제일 잘 걷는 마사이족 사전에는 성인병이 없다'며 오래 살고 싶으면 걸어라'고 역설한다. 제목의 '530'은 일주일에 5일,30분씩 걷자는 뜻. 그는 특히 '과학적으로 걷는 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준비없이 걸으면 병이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시하는 것이 아주 빨리 걷는 '파워 워킹'이다. 평소 걸음의 속도인 시속 4㎞보다 조금 빠른 시속 6~8㎞로 걷는 것. 조깅보다는 느리지만 일반 걷기보다는 약간 빠른 게 좋다고 한다. 자세는 배와 엉덩이 근육에 힘을 주고 허리를 똑바로 편다. 어깨에 힘을 빼고 팔을 90도 각도로 구부려 크게 휘저으며 걷는 게 좋다. 마사이족은 하루 3만보씩 걷는다. 육식 위주의 식습관에도 불구하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서구인의 3분의 1밖에 안된다. 파워 워킹의 진정한 효과가 여기에 있다. 걷기를 권하는 책의 한결같은 조언은 '건강을 위하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더 극단적인 대비도 있다. "인간은 두뇌를 쓰기 때문에 머리가 두 배로 커졌고 도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손가락이 발달됐는데,직립 인간으로서 걷기를 게을리 하면 곧 'ET'처럼 하반신이 퇴화하고 말 것이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