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떨리는 사랑의 추억을 가진 사람들에게 과거는 채울 수 없는 갈증이자 미칠 듯한 그리움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힘든 삶을 지탱시켜 주는 희망의 끈이기도 하다. 가네시로 카즈키의 신작소설집 '연애소설'(북폴리오)은 잊혀져 버린 기억들을 되살려 희망없는 삶속에서도 한줄기 빛과 희망을 찾아내게 한다. '연애소설''영원의 환''꽃' 등 3편을 수록한 이 소설집은 원제 '대화편'에서도 알 수 있듯 사람과 사람 사이 소통의 문제를 차분하면서도 솔직한 어조로 그리고 있다. 자신과 가깝게 지낸 사람은 반드시 죽게 된다는 사실을 안 주인공('연애소설'중)은 외부와의 접촉을 철저히 끊은 채 살아간다. 그러나 운명적으로 한 여인을 알게 되고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그녀도 죽음을 피하지 못한다. 재일교포로는 처음으로 나오키 문학상을 수상한 가네시로는 스스로를 '코리언 재패니즈'로 소개하며 한·일 어느 쪽에도 얽매이지 않는 무국적자의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작가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