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황석영이 지난 74년부터 84년까지 10여년에 걸쳐 써낸 '장길산'은 '홍길동전''임꺽정'등과 같은 의적소설의 전통을 잇는 작품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실존인물 장길산을 비롯한 1천여명이 넘는 등장인물이 나오는 대하역사소설로 조선후기 민중들의 시대상을 장쾌하게 그렸다. '청소년을 위한 장길산'(책이있는마을·전10권)은 원작 '장길산'을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출간한 개정판이다. 원작의 복잡다단한 줄거리를 주인공 장길산 위주로 다시 짜고 분량도 원작의 3분의 1가량인 원고지 5천장 정도로 줄인 작품이다. 황석영씨는 "'삼국지'를 번역하며 고사성어나 일화들에 주를 달다가 '장길산'에도 이렇게 주를 다는 것처럼 쉬운 안내서나 해설서를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 작품의 집필배경을 밝혔다. 줄거리를 간추리고 어려운 역사적 곁가지를 과감하게 잘라냈지만 사실적이고 생생한 상황묘사와 생명력 넘치는 민중에 대한 작가의 따스한 시선은 고스란히 담겼다. 오히려 장길산을 중심으로 박진감 있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작가의 주제의식은 더욱 선명하게 부각되는 느낌이다. 이 때문인지 책을 읽은 청소년들의 대부분은 1권을 보면 중간에 놓지 않고 단숨에 끝까지 보게 되었다는 평이 많았다. yes24에 서평을 남긴 한 청소년 독자는 "단 5일 만에 전권을 숨쉴틈 없이 읽어버린 것 같다. 책을 통해 당대의 사회적 모순,지배계급의 횡포와 수탈,개혁을 열망하는 민중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재미있는 책"이라고 썼다. 동화 '모랫말 아이들'과 소설 '심청'등에서 황석영씨와 함께 작업한 동양화가 김세현씨가 각권마다 20점 남짓한 삽화를 그려넣어 작품의 생동감을 살렸다. 때마침 SBS에서 오는 4월부터 '장길산'을 80부작 드라마로 만들고 원본 '장길산'(10권·창작과비평사)도 그에 맞춰 새옷을 갈아입을 예정이어서 올해는 20년 만에 '장길산'이 중흥기를 맞을 전망이다. 작가는 "요즘 원작소설을 드라마 만화 영화 애니메이션 등 여러 장르로 만드는데 그런 면에서는 '소년 장길산'이 원작 '장길산'보다 명쾌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