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현지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중국의 지식인들은 소위 '한류(韓流)'로 통칭되는 우리의 대중문화보다 정통 문학작품이 소개되길 원하고 있었습니다." 소설집 '남녘사람 북녁사람'의 중국어 번역판을 최근 출간한 원로작가 이호철씨(72)는 "한국의 정통 문학작품이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데도 상업문학이 횡행하는 세태에 묻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면서 "얼마 전 상하이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는 중국 전역에서 19개 언론사 23명의 기자가 참석해 취재경쟁을 벌였다"고 말했다. 지난 96년 국내에서 출간된 '남녘사람 북녁사람'은 이씨가 80년대 중반부터 발표한 다섯편의 중단편을 한데 묶은 연작소설집이다. 19살 나이로 인민군 의용군에 징집됐다가 남쪽 군대의 포로로 잡혔던 작가의 전쟁체험을 그렸다. 이 소설집은 번역서 전문서적으로 중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상하이 역문(譯文)출판사에서 번역돼 초판으로 5천부가 현지에서 출간됐다. "남북관계를 다뤄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작품이 중국 출판신문국의 검열을 통과한 것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지린(吉林)성 작가회의 주석은 영웅주의를 다루는 중국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학에 충격을 줬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이씨의 중국어판 출간기념회가 열린 후 중국 상하이의 '문학보(文學報)'등 현지언론들은 반독재 민주화운동 등 이씨의 이력과 함께 작품세계를 상세히 전했다. '남녘사람 북녁사람'은 중국어 번역에 앞서 이미 독일과 일본 폴란드 프랑스 스페인어 등으로 번역돼 현지에서 출간됐다. 영어판도 오는 6월 중 미국에서 발간될 예정이다. 이씨는 "미국 이스트브리지 출판사에서 소설집이 출간되는 대로 워싱턴,뉴욕,보스턴,캘리포니아 등 미국 7개 지역을 순회하며 출간기념회를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문학을 세계에 알리려면 현지 관계자들과 인적 교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을 번역하는 것이 한국문화를 제대로 알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