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1 23:41
수정2006.04.01 23:44
'향수'의 시인 정지용의 시를 새롭게 읽고 분석한 해설서 '정지용 시 126편 다시 읽기'(민음사)가 나왔다.
저자인 권영민 교수(서울대 국문학)는 이 책에서 정지용의 모든 시편을 원문과 개작과정 등을 꼼꼼히 비교해 나름의 해설을 붙여 놓았다.
무엇보다 시어의 해석을 놓고 그동안 여러 연구자들 사이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거나 잘못 읽혀온 것들을 바로잡고자 한 것이 눈에 띈다.
저자가 정지용 시에 묘사된 시어의 의미와 용법이 잘못 이해되고 있다고 지적한 사례는 34건에 달한다.
예컨대 '말아,다락 같은 말아/너는 즘잔도 하다 마는/너는 웨그리 슬퍼 뵈니?'(시 '말' 중)에서 '다락 같은'은 '덩치가 헌거롭게 크다'는 의미라고 저자는 해석했다.
어떤 학자는 이 시에서 표현된 '다락'을 '부엌 위에 물건을 두기 위해 이층처럼 만들어 놓은 곳'으로 해석했다.
저자는 정지용의 대표시로 일컬어지는 '향수'에 대해서도 '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에서 '해설피'는 '해 설핏하다'에서 변형된 형용사로 '해가 져 밝은 빛이 약하다'는 뜻을 가졌다고 주장했다.
'해설피'는 그동안 '구슬프게' '어설프게' 등의 부사어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