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내놓은 "2.17 사교육비 경감대책"은 학교 밖의 온갖 사교육을 학교 안이나 교육방송,인터넷으로 끌어 들여 "싼 값"에 제공함으로써 학부모의 부담을 줄여주자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 대입제도 개선 우수교원 확보 고교평준화 보완 학벌주의 타파 등을 통해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중.장기적인 포석도 담고 있다. 새로운 내용이 거의 없으며 보충학습 허용이나 경시대회 폐지 등은 예전 대책을 뒤집은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제대로 시행될 경우 사교육비 부담을 크게 줄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교육 수요를 학교로 흡수 수능 과외와 영어,예·체능 중심의 특기·적성교육,맞벌이 부부 탁아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사교육을 공교육화하겠다는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수능 과외를 대체할 수 있도록 오는 4월1일부터 EBS 수능 강의를 대폭 확대하고 이를 수능 시험과 연계키로 했다. 외부 강사 등을 초빙해 상·중·하 등 수준별 강의를 만들어 에듀넷 등 인터넷을 통해 무료 제공하고 강의 기획단계에서부터 수능 출제기관인 교육과정평가원을 참여시켜 강의 내용과 수능을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EBS플러스1(위성·케이블방송)을 '24시간 수능 전문 채널'로 특화해 현재의 3배 수준인 연간 3천5백편의 강의를 방송하고 수능이 끝난 뒤에는 대입 논술,면접 강의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30억원이던 EBS 강의 예산은 올해부터 3년간 매년 2백억원씩 책정된다. 안병영 교육부총리는 "수능에서 몇점을 보장한다거나 몇 퍼센트를 출제하겠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EBS와 교육개발원,교육과정평가원 등이 연계해 제작하고 진행하는 만큼 수능 적합성이 제법 높고 열심히 하면 큰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EBS 시청 학생을 2002년 현재 고2·3의 56%인 66만명에서 올해는 80%인 94만명으로,인터넷 학습 이용자는 올해 초·중·고생의 5%인 27만명에서 오는 2007년 40%인 2백20만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EBS 강의를 통한 사교육비 절감 효과가 연간 4천5백억∼5천5백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사이버 가정학습 지원체제가 정착되는 2007년엔 학부모들이 2조4천억원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과후 수준별 보충학습을 실시하고 예·체능 및 영어 과외 수요를 공교육으로 흡수하기 위해 특기·적성교육을 활성화하고 영어캠프도 대대적으로 열 예정이다. 또 저소득층 맞벌이 부부의 탁아 수요에 맞추기 위해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오후 7시까지 '방과후 교실'도 운영하기로 했다. ◆'관제 사교육' 제대로 될까 학생과 학부모들은 "사교육 없이 EBS 강의 수강만으로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교육부의 계획에 대해 '그대로 된다면 대찬성'이라면서도 '수준과 눈높이를 맞춘 수준 높은 학습이 과연 제대로 이뤄질지'에 대해선 '두고보자'는 반응들이었다. 강남구 개포동에 사는 고3 학부모 박은숙씨(49)는 "공신력 있는 EBS와 수능 출제기관이 만든 강의를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제공한다면 대환영"이라고 기뻐했다. 단대부고 3학년에 올라가는 김현우군(18)은 "학교에서 수업하고 학원 강의까지 듣고 나면 시간이 없었는데 이제 EBS 인터넷 강의만 들으면 수능 준비가 된다니 부담이 덜하다"며 "그러나 우선 EBS 강의의 수준이 어떤지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들은 조심스러운 반응이었다. 서울 풍문여고 박진민 교사(30)는 "EBS 강의를 확대하고 여기서 수능 문제를 낸다면 사교육비가 줄어드는 효과는 분명히 나타날 것"이라면서도 "다만 학교 수업이 EBS에 의존하게 되는 역효과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했다. 학부모·교원단체도 '학교의 학원화'에 대해 우려하는 입장이었다.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박경량 회장은 "EBS 강의로 사교육을 완전 해결하기는 힘들다"며 "사교육비는 조금 줄겠지만 학교교육 자체가 EBS 강의에 맞춰 파행적으로 이뤄질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