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1 23:41
수정2006.04.01 23:44
대표적 민생법안인 '개인채무자회생법'이 국회 정쟁(政爭) 속에서 자동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17일 국회와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소액 개인채무자의 회생 절차와 기준을 정한 이 법은 지난해 11월 국회(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됐으나 넉 달이 다 되도록 법안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16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표 발의자인 천정배 의원(열린우리당)은 "각 당이 이 법을 우선 처리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지만 대통령 선거자금 청문회 때문에 제대로 심사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법사위는 법안을 검토할 소위(법안심사소위원회) 일정조차 잡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관계자는 "법안이 이번 회기 내(3월2일)에 처리되지 않으면 총선 일정과 17대 국회의 개원 후 국회 구성과정 등을 감안할 때 연내 시행은 어려운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복현 한밭대학 교수(경제학)는 "정치권이 말로만 경제활성화를 외치면서 고용과 내수 회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개인채무자회생법 같은 민생경제법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은 대표적인 직무유기 행위"라고 꼬집었다.
김남근 참여연대 사무처장(변호사)도 "법의 도움 없이는 채무를 해결할 수 없는 계층이 약 80만명에 달하고 있다"며 "이들을 방치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사회적 불안과 그에 따른 비용 등을 감안해서라도 의원들은 당리당략을 떠나 시급히 이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인채무자회생법은 총 6백52개 조항으로 이뤄진 통합도산법(파산법ㆍ회사정리법ㆍ화의법을 통합한 법) 가운데 소액 개인 채무자의 회생절차를 규정한 95개 조항을 따로 떼어놓은 것으로, 분리 입법과정에서 채무변제 기간을 5년에서 8년으로 늘리는 등 회생절차를 더욱 완화시켰다.
박수진ㆍ박해영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