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취임한 로버트 팰런 외환은행장이 당초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경영스타일로 직원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격식을 따지지 않는 업무처리 방식과 한국문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으로 '외국인 CEO'에 대한 선입견을 깨뜨리고 있는 것. 일례가 매일 점심 때마다 부서별로 갖는 '샌드위치 미팅'. 이 미팅에는 해당 부서의 간부는 물론 말단 행원들도 자유롭게 참석한다. 영어를 잘 하지 못해도 상관 없다. 팰런 행장이 "영어를 못하는 건 여러분 잘못이 아니다. 내가 한국어를 못하는게 문제다"라며 한국어 사용을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팰런 행장은 또 행장부속실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모든 부서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회의실을 들였다. 수행비서를 없앴고 모든 연설문은 자신이 직접 작성한다. 보고서는 영어와 한국어 버전을 모두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자를 많이 써줄 것도 주문한다. 한자와 일본어에 밝아 한자를 많이 쓴 보고서에 대한 이해가 빠르다고 한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축소위주 경영전략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갔다. 그는 "해외영업망을 축소할 생각이 없으니 현지법인 직원들은 아무 걱정 말고 근무하라고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여신정책에 대해서도 "기업금융을 축소할 것이라고 소문이 나고 있는 것 같던데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기업금융과 소매금융의 균형을 유지하는게 중요하며 하나만 일방적으로 키워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취임 첫날 "한국은 자긍심과 일에 대한 열정이 존경스러운 나라"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그가 한국 금융시장에서 어떤 결실을 거둘지 관심이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