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경감대책 내용] 방과후 수준별 보충학습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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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가 내놓은 '2ㆍ17 사교육비 경감대책'은 학교 밖의 온갖 사교육을 학교나 교육방송, 인터넷으로 끌어들여 '싼 값'에 제공함으로써 학부모의 부담을 줄여주자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 대입제도 개선 우수교원 확보 고교평준화 보완 등을 통해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중ㆍ장기적인 포석도 담고 있다.
새 내용이 거의 없으며 보충학습 허용이나 경시대회 폐지 등은 예전 대책을 뒤집은 것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제대로 시행만 된다면 사교육비 부담을 크게 줄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사교육 수요를 학교로 흡수
수능 과외와 영어, 예ㆍ체능 중심의 특기적성교육, 맞벌이 부부 탁아까지 모든 사교육을 공교육화하겠다는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수능 과외를 대체하기 위해 EBS 수능 강의를 대폭 확대하고 수능 시험을 EBS 강의 내용에서 출제할 방침이다.
위성ㆍ케이블 채널인 'EBS플러스1'을 24시간 수능 채널화하고 중위권 학생 수준에 맞춰 4월1일부터 강의를 내보낸다.
방송 내용은 EBS 인터넷(ebs.co.kr)과 에듀넷(edunet4u.net) 등을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인터넷에선 중급 강의 외에 초급과 고급 강의도 제공된다.
이에 따라 상급 학생은 인터넷을 활용, 취약한 과목만 선택적으로 들을 수 있고 실력이 모자란 학생도 기본 개념 및 유형 등을 학습할 수 있다.
인터넷에선 △모든 선택과목 △내신대비 강의 △학습법, 함정피하기 특강 △논술, 면접과정 강의도 제공된다.
위성방송 교수진은 '최고 수준'의 현직 교수나 교사를 활용한다.
인터넷 수준별 강의에는 학원강사도 활용한다.
특히 EBS 수능 강의에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참여, 수능 출제와 연계한다.
안병영 교육부총리는 "수능에서 몇점을 보장한다거나 몇 퍼센트를 출제하겠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EBS와 교육개발원, 교육과정평가원 등이 연계해 제작하는 만큼 수능적합성이 제법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EBS 시청 학생이 2002년 현재 고2,3의 56%인 66만명에서 올해에는 80%인 94만명으로 늘어나고 이를 통한 사교육비 절감 효과가 연간 4천5백억∼5천5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함께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과후 수준별 보충학습을 실시하고 예ㆍ체능 및 영어 과외 수요를 공교육으로 흡수하기 위해 특기ㆍ적성교육을 활성화하며 영어캠프도 대대적으로 열 예정이다.
또 저소득층 맞벌이 부부의 탁아 수요에 맞추기 위해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오후 7시까지 '방과후 교실'도 운영하기로 했다.
◆ '관제 사교육' 제대로 될까
학생과 학부모들은 "사교육 없이 EBS 강의 수강만으로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교육부의 계획에 대해 '그대로 된다면 대찬성'이라면서도 '수준 높은 강의가 제대로 이뤄질지'에 대해선 '두고보자'는 반응이었다.
또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수준 높은(?)' 학습에 대한 갈증을 EBS 강의로 충족시키기 힘든 만큼 사교육의 완전근절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강남구 개포동에 사는 고3 학부모인 박은숙씨(49)는 "공신력있는 EBS와 수능출제기관이 만든 강의를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제공한다면 대환영"이라며 "그동안 사교육비 때문에 허리가 휠 지경이었는데 기대가 크다"고 기뻐했다.
단대부고 3학년에 올라가는 김현우군(18)은 "학교에서 수업하고 학원 강의까지 듣고 나면 시간이 없었는데 이제 EBS 인터넷 강의만 들으면 된다니 부담이 덜하다"며 "그러나 우선 EBS 강의 수준이 어떤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들은 조심스러운 반응이었다.
서울 풍문여고 박진민 교사(30)는 "EBS 강의를 확대하고 여기서 수능 문제를 낸다면 사교육비가 줄어드는 효과는 분명히 나타날 것"이라면서도 "다만 학교 수업이 EBS에 의존하게 되는 역효과도 발생할 가능성 있다"고 경계했다.
학부모, 교원단체도 '학교의 학원화'에 대해 우려하는 입장이었다.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박경량 회장은 "사교육비는 조금 줄겠지만 학교 교육 자체가 EBS 강의에 맞춰 파행적으로 이뤄질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