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가 사회책임투자(SRI)에 나선다. SRI란 자금을 운용할 때 기업의 재무현황은 물론 환경파괴 남녀차별 담배생산 등 인류에게 유해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지 여부를 고려해 투자하는 방식.천주교의 신앙과 윤리,양심에 부합하는 기업에 교회 자산을 투자하자는 취지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는 이를 위해 최근 '기업책임을 위한 시민연대'(이사장 함세웅 신부) 관계자들을 교구청으로 초청,김운회 주교와 사제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SRI펀드에 관한 설명회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이 자리에서 SRI펀드가 교회 자산의 효율적 운용과 윤리경영 기업 지원이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교회의 SRI 참여 필요성에 공감했다. 서울 가톨릭사회복지회장 김홍진 신부는 "경제적 수익뿐만 아니라 인간과 환경을 함께 고려해 모든 이가 잘 사는 사회,건전한 기업문화를 가톨릭 교회의 이념이라는 큰 틀에서 시작하자는 것"이라며 참여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기업책임을 위한 시민연대와 CJ제일투자증권이 국내 최초의 SRI펀드인 '사회책임투자MMF'를 발매,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소속 15개 수도회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가 40억원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SRI펀드는 아직 국내에선 낯설지만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상품으로 미국 가톨릭 교회의 경우 교구 재정의 30% 이상을 여기에 투자한다. 하지만 국내 SRI펀드가 자리를 잡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펀드 규모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게 일차적 과제다. 국공채에 투자하는 MMF 형태로 운용하는 것은 아직 규모가 너무 작기 때문이다. 1백억원대는 돼야 주식형 펀드로 운용하고 일반투자자들에게도 판매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미국 가톨릭처럼 교구재정의 일정 비율을 SRI펀드에 투자하거나 가톨릭 계열의 시설이나 단체도 참여시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가톨릭은 물론 개신교와 불교 등 종교계 전체가 SRI펀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