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혁신 시대를 열자] 제1부 : (3) 中企육성 등 돕는 성장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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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 없는 시장을 만든다'는 골자는 자칫 가치혁신론을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기업들을 위한 창업전략 정도로 오해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창업 전략으로서 유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가치혁신은 세계적인 대기업들의 번영과 생존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일본 자동차업체 도요타의 예를 보자.
이 회사는 지난 80년대 미국 고급 자동차 시장에 진출하면서 가치혁신의 전형을 보여줬다.
후발주자인 도요타는 기존 업체들과 경쟁하는 길을 택하지 않았다.
대신 고급차인 캐딜락, 링컨 등 프리미엄 자동차 중에서 상대적으로 등급이 낮은 차종의 가격대에 벤츠, BMW 등 등급이 높은 차종의 품질을 갖춘 새로운 형태의 고급차 '렉서스'를 내놨다.
고급차의 고정관념을 깬 렉서스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느낌으로 어필하면서 도요타는 미국 시장 진입 1년 만에 벤츠, BMW 등이 장악했던 고급 자동차 시장을 30% 이상 잠식했다.
또 렉서스가 시판된 지 3년이 채 안돼 이 차종은 도요타 영업이익의 3분의 1 가량을 벌어들였다.
판매대수 비중은 당시 전체 도요타 차의 2%에 불과했다.
렉서스가 그동안 저가 자동차의 이미지를 벗지 못하던 도요타의 이미지를 완전히 새롭게 업그레이드했음은 물론이다.
가치혁신론을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는 세계 30여개 회사들도 다국적 정유회사 셸, 보험회사인 노르위치 유니언, 토머니쿡그룹의 토머스쿡 금융회사, 화학업체 솔베이유, 인도의 타타그룹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다.
가치혁신이 대기업에 더 어울리는 이유는 이 전략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대부분 시장을 지배하려는 '야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찾을 수 있다.
가치혁신 기업들은 경쟁 우위를 확보함으로써가 아니라 가치에 획기적인 도약을 제공함으로써 거대 고객군(mass market)을 단번에 장악하려는 야망을 갖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용 소프트웨어업체 SAP의 하소 플래트너 전 회장은 "우리가 경쟁자보다 더 나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며 "유일한 관심사는 소비자에게 판촉을 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여전히 우리 상품을 찾는가 여부"라고까지 자신감을 표현했다.
경쟁은 피하지만 세계 정상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가치혁신은 대기업들이 필수적으로 채택해야 하는 전략이다.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는 논문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은 공급 과잉,수요 부족의 경제상황에서 시장의 창출과 재창출 없이 수익 증가가 보장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가치혁신은 중소기업을 대기업으로 발돋움시키고 대기업들은 자신을 재건할 수 있도록 해 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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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가치혁신연구소는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가 주창한 '가치혁신'론을 연구ㆍ전파하기 위해 한경이 설립한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홈페이지 www.hankyung.com/value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