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7일 발표한 '사교육비 경감대책'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노원구 중계동 등 유명학원 밀집지역의 상권 및 집값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지역의 집값이 학군과 학원 등 교육여건에 어느정도 영향을 받아온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얼핏 보기엔 이번 대책이 이른바 교육특구로 불리는 대치동 등 강남권 일부 지역의 집값을 끌어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아파트값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명학원가의 강의는 1대 1 또는 소수그룹을 대상으로 한 맞춤식 강의여서 공중파를 통한 강의가 이를 대체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대책이 단기적으로는 유명학원 밀집지역의 아파트값이나 상가 권리금에 이렇다할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강남 학원가는 맞춤식 강의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핵심은 교육방송(EBS)에서 수능강의를 하고 이 강의내용을 수능시험에 출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강남 학원가의 강의와는 본질적으로 달라 강남권 사교육 시장을 위축시키지는 못할 전망이다. 다시 말해 강남 학원가의 강의는 1대 1강의,또는 4∼6명 정도의 소수그룹강의가 주류를 이룬다. 강의내용도 학생들의 수준이나 수요자의 요구에 맞춰 전문화·특화돼 있다. 따라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EBS강의가 강남 사교육을 대체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강남권 아파트 전문 컨설팅업체인 현도컨설팅의 임달호 대표는 "종로학원 대성학원 등 대형학원들이 강남에 진출한 적이 있지만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며 "강남권에선 집단 강의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EBS강의는 다양화된 수능 및 대입전형 추세를 반영하지 못할 공산도 크다. 최근 수능시험은 단순암기에서 벗어나고 있다. 학교마다 대입전형도 다르다. 1대 1 또는 소수그룹 강의가 활성화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학부모들은 EBS만 보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강남 일대 부동산 전문가들은 오히려 EBS강의를 전문적으로 분석해주는 학원이 새로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알파오S의 곽창석 상무는 "강남 학원가의 서비스 정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며 "EBS 방송을 집중 분석해주는 학원이 추가로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값 동요없을 듯 사교육비 경감대책에 대해 강남구 대치동 및 노원구 중계동 일대 부동산시장은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교육 경감대책과 관련된 집주인들의 문의도 거의 없다. 대치동 신세계공인 김재돈 대표는 "대치동 일대 아파트는 설 이후 반짝 상승한 뒤 지난주부터 주춤하고 있다"며 "사교육 경감대책과 관계없이 이런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계동 대명공인 관계자는 "매매값은 보합,전셋값은 강보합의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사교육비 경감대책이 은행사거리 일대 선호 현상을 누그러뜨릴 수는 있겠지만 현재로선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