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한다. 빠르면 이번주 중에라도 공식발표가 나올 모양이다. 우리는 외국자본의 국내진출을 기본적으로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금융산업,특히 은행산업이 외국계 일색으로 물들어가고 있는데 대해선 적지 않은 우려를 갖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씨티은행은 지금까지 국내은행들을 인수해온 투기성 사모펀드들과는 달리 세계 리딩뱅크란 점에서 금융시장에 많은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선진금융기법 도입을 앞당기는 등 은행권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공익성보다는 수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외국계 자본의 특성을 고려하면 금융시장의 외국계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진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를 감추기 어렵다. LG카드사태 수습 과정에서 나타났듯 금융정책에 대한 외국계 자본의 협조를 얻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고 또 그것이 금융시장 안정을 저해하지는 않을지 하는 걱정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은행마저 외국계로 넘어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형편이어서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순수 국내자본으로 우리은행을 인수하겠다며 출범을 서두르던 소위 '이헌재 펀드'는 그의 부총리 발탁과 함께 이미 백지화된 상태다. 때문에 우리는 국내자본에 대한 역차별을 시정하는 것이 시급하기 이를데 없는 과제라고 본다. 우리 기업들은 출자총액제도 등 공정거래법상의 규제는 물론이고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라는 미명하에 의결권까지 제한받고 있다. 2중 3중의 족쇄에 묶여 적대적 M&A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외국자본엔 관대하면서도 국내자본에 대해선 무리하게 칼을 휘두르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외자에 맞설 유일한 대안으로 볼 수 있는 산업자본의 손발을 묶는 것은 합리적이지도 못하고 현실성도 없다. 국내자본에 대한 역차별은 지금 당장 그만둬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