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낯뜨거운 '자화자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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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는 조윤제 대통령 경제보좌관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재한 '참여정부 1년 경제 성과와 전망'원고를 18일 기자실에 배포했다.
아무런 예고 없이 배포된 자료라 약간은 긴장한 채 읽어 내려갔다.
원고는 "2002년 후반기 들어 가계대출의 증가가 대폭 둔화되면서 소비가 침체되고 참여정부 출범 당시 경기는 이미 가파른 하강국면에 들어와 있었다"는 말로 시작됐다.
지난해 경기침체를 초래한 원인중 상당 부분이 전임 정부의 정책실패에 기인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신용카드 사용 촉진책과 건설경기 부양책 등 내수를 띄우기 위해 내놓았던 당시 정책들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이 선택했던 것임을 감안하면 정권을 계승한 현 정부도 무관한 처지일 수 없다.
"지난 정부 후반기부터 촉발된 부동산 시장 과열도 작년 10월 종합대책으로 안정을 되찾게 됐다"는 조 보좌관의 자평은 '집값이 너무 오른 뒤에 나온 뒷북치기 정책'이라는 세간의 분노와는 상당히 괴리된 상황인식이었다.
조 보좌관은 "과거 로드맵도 없이 추진된 정책들이 일과성에 그치고 또한 일관성이 (얼마나) 부족했던가를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고 말했으나 과거 정부의 정책당국자들도 각종 청사진을 만들고 나름의 일정을 제시했었다.
"구체적인 로드맵이나 정책은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 등의 주관으로 그려지고 실행된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주관이 돼 실행에 옮긴 것"이라고 말한 대목은 과거 정부를 부인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 1년간에 대한 겸허한 반성과 함께 앞으로 어떻게 정책을 운용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함께 제시한 게 아닐까 하는 기대감은 원고를 읽어내려가는 사이에 사그라들고 말았다.
현승윤 경제부 정책팀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