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렬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한나라당 내홍이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 당 공천심사위가 최 대표의 총선 불출마 방침을 밝혔으나,당내 초·재선그룹 및 당중진들은 최 대표의 '자기희생'을 요구하며 사실상 2선후퇴를 촉구했다. 최 대표는 18일 소장파 의원들과 만나 이들의 요구를 직접 들었으나 "좀더 생각해 보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뚜렷한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는 대표직 사퇴를 포함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최병렬 대표 불출마 결정=공천심사위는 이날 최 대표에게 17대 총선 불출마를 권고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김문수 공천심사위 위원장은 "공천심사위는 당 대표가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거취를 공천심사위에 맡긴다는 뜻을 존중해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고 백의종군하며 국민의 여망에 따라 재창당 수준의 당 개혁에 전념하도록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공천심사위는 향후 공천심사에 있어 부패청산과 세대교체라는 국민적 여망을 최고의 기준으로 삼아 나라와 당을 살리는 데 진력할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공천심사위 관계자는 "백의종군이라는 뜻을 잘 새겨달라"고 말해 사실상 총선 불출마를 결정한 것임을 시사했다. 최 대표는 이날 대구지하철 화재참사1주기 추모식에서 '총선불출마'결정을 내렸다는 소식을 전해듣자 굳은 표정을 지었다. 최 대표는 이어 상경한 뒤 국회 대표실에서 소장파 의원들과 만나 이들의 의견을 듣고 "시간을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최 대표의 한 측근은 "대표직 사퇴는 불가피한 것 아닌가.20일께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백의종군 촉구=수도권 초·재선 의원과 중진들은 이날 각각 모임을 갖고 최 대표의 즉각적인 퇴진과 새 지도부 구성을 요구했다. 이재오 의원은 초·재선 의원들의 모임이 끝난 뒤 "최 대표는 조속히 퇴진해야 하고,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전당대회를 소집한 후 20일 내에 새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원희룡 의원은 "당 위기의 핵심은 지도력 부족"이라며 "우리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바로 전당대회 소집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나라당 구당모임'을 구성하고 간사에 남경필 의원을 선임했다. 유흥수 양정규 의원 등 중진의원 25명도 오찬 모임에서 최 대표의 2선후퇴를 촉구했다. 김무성 의원은 모임 후 "최 대표에게 자기 희생을 요구하기로 했고,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키로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기 희생'은 소장파들이 밝힌 의견과 같다"고 말했다. 모임의 배경에 대해 김 의원은 "노무현 정부의 모험적 국정운영에 불안을 느낀 다수 국민들은 한나라당에 기대를 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최 대표가 17일 관훈토론회에서 제시한 당 위기 해결책을 보고 모두가 아연실색하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김형배·홍영식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