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자본에 대한 외국인의 공격이 거세지고 있다.


일부 외국자본은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장악해 투기수익을 거두겠다는 의도를 감추지 않고 있어 기업 성과의 해외 유출과 국내 기업의 성장 원동력 상실까지 우려되는 시점이다.


SK㈜를 공격하고 있는 유럽계 소버린자산운용이 그런 경우다.


14.99%의 지분을 확보해 SK㈜의 2대주주로 올라선 소버린은 5명의 사내외 이사후보를 추천하는 등 사실상 적대적 M&A(기업인수ㆍ합병)를 시도하고 있다.



SK㈜는 사실상 SK그룹의 지주회사.


고작 1천7백86억원을 동원한 외국계 펀드가 자산 50조원 규모의 국내 3대 기업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만약 SK㈜가 소버린의 손에 넘어간다면 국내 최대 에너지ㆍ화학기업은 물론 SK텔레콤이라는 최대 이동통신 업체가 외국계에 넘어가게 된다.


2개의 국가 기간산업 경영권을 외국인이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외국인들은 '투명경영'과 '주주 중시 경영'을 말한다.


그러나 이는 투자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포장'에 불과하다는게 재계의 시각이다.



◆ 국적자본에 대한 위협


지난 1월 말 현재 외국인 지분율이 국내 최대주주 지분율을 초과한 회사는 41개로 삼성전자 SK텔레콤 CJ 등 한국의 대표기업들이다.


외국계 펀드들은 주총 시즌을 앞두고 고배당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 과실의 해외 유출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이 경영권을 장악한 곳은 더욱 그렇다.


서울증권은 소로스펀드(지분율 31.96%)가 경영권을 장악하면서 배당률을 1년새 10배나 늘렸다.


서울증권은 지난 2001년 액면가 대비 60%의 배당을 실시, 소로스펀드는 투자금액(6백75억원)의 절반(3백27억원)을 한 해에 찾아갔다.


기업의 내부유보가 줄면서 기업들의 투자 규모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배당이 주주가치를 높이는 주요 수단이라지만 외국인이 주도하는 현 상황은 미래사업을 위한 투자에는 무관심해 국민경제를 왜곡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기간산업 M&A 가능성까지


외국계 자본의 국내 참여가 늘어나면서 초국적 투기자본에 의한 국내 기업의 적대적 M&A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출자총액제한 등 각종 규제에 묶여 의결권을 제한받는 반면 해외 펀드들은 페이퍼 컴퍼니(서류상의 회사)를 표면에 내세워 정체를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작전'을 펼 수 있기 때문이다.


소버린은 최태원 SK㈜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5명의 사내외이사 후보를 독자적으로 내세웠다.


소버린은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것이며 경영권을 장악할 의사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SK측은 "사내이사를 추천한 것은 경영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소버린은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의 정체는 감추면서 러시아 브라질 등에 장기 투자자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는 내용만 밝히고 있다.


그러나 소버린이 지난해 4월28일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기업지배구조 개선 성공사례로 소개한 러시아 석유회사 '유코스(Yukos)'는 사장이 러시아당국에 의해 조세포탈혐의로 구속되는 등 결코 투명하지 못한 경영을 펼친 기업으로 전락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소버린이 SK㈜의 경영권을 장악할 경우 기업을 쪼개 팔거나 자회사를 매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소버린과 두 차례 면담한 SK㈜ 소액주주연합회도 "소버린을 믿을 수 없다"며 최근 지지철회를 선언했다.



◆ 국민경제 우선돼야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지난 1월 미국 뉴욕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업의 장기 성장보다는 단기 업적에만 관심을 갖는 '월가(街)'의 논리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1년간의 펀드운영 수익률로 연봉이 결정되는 월가의 투자자들은 포스코가 설비 유지에만 연간 1조원 이상을 쏟아붓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는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고수익과 고배당이라는 연간 단위의 목표에 집착하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경우 주주에게 증자를 요청하는 '미국식 자본주의'가 한국경제에 곧바로 적용될 수는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장기적인 투자와 성장, 일자리 창출이라는 국민경제를 살필 줄 아는 경영 또한 주주 중시 경영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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