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밍겔라 감독 '콜드 마운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앤서니 밍겔라 감독은 전쟁 속에 핀 사랑을 그린 서사멜로극을 주로 만든다.
그가 지난 96년 연출,아카데미상 9개 부문을 받은 '잉글리시 페이션트'는 세계 2차대전을 배경으로 아프리카 사막에서 일어난 불륜의 사랑을 담았다.
그의 신작 '콜드 마운틴'은 이보다 1백여년 앞선 미국 남북전쟁의 참화 속에 피어난 지순한 사랑이야기다.
전작이 금기의 도덕률을 어겨도 쉽게 용인되는 현대적인 애정관을 묘사했다면 신작은 평생에 한 번뿐인 사랑에 빠진 고전적인 남녀관계를 다뤘다.
현대인들의 향수를 자극하기 위한 복고풍 멜로인 셈이다.
찰스 프레지어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이 작품은 멜로영화 '멕시칸'처럼 두 연인을 떼어놓은 뒤 마지막에야 재회토록 하는 양식을 취했다.
미국 남부의 작은 마을 콜드 마운틴에 사는 아이다(니콜 키드먼)와 인만(주드 로)은 남북전쟁으로 인해 인고의 세월을 견뎌야 한다.
전쟁에서 입은 깊은 상처와 사랑의 고통 때문이다.
두 연인의 기다림의 과정은 '현대판 오디세이아'를 떠올리게 한다.
인만은 오디세우스처럼 온갖 생명의 위협과 육체의 유혹에 직면하고,의용군 대장의 눈을 피해 숨는 아이다는 결혼을 미루기 위해 실을 짰다 풀었다를 반복했던 페넬로페를 연상시킨다.
두 연인이 혹독한 시련을 이겨내는 힘은 바로 사랑이다.
변함없는 사랑의 이미지는 인간성을 바꿔버리는 전쟁 상황과 대비된다.
마을 사람들의 인심이 흉흉해지고 마을을 지키기 위해 출범한 의용군이 주민들을 학살하는 백정으로 바뀌는 장면들이 그것이다.
인만과 아이다가 첫키스를 나누던 날 인만이 입대하는 도입부나 이들이 재회하는 순간 죽음의 먹구름이 드리우는 종반부는 사랑의 기쁨과 슬픔을 집약한 장면들이다.
두 연인이 떨어져 있는 긴 간격은 억센 처녀역의 르네 젤위거가 메워준다.
그녀가 없었다면 이야기가 무척 지루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전형적인 캐릭터와 단조로운 구성으로 인해 이 작품은 뛰어난 영화의 반열에 들지는 못할 것 같다.
복합적인 구성과 역동적인 인물 배치로 주목받았던 대작 멜로 '잉글리시 페이션트'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이다.
19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