裵洵勳 <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장 > 아직도 동북아경제중심으로 가고 있느냐는 질문을 내외 인사들로부터 많이 받는다. IDA(아일랜드개발청) 청장은 아일랜드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가 넘는 영국을 능가하는 부국으로 가는 데는 18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는 감자 기근으로 나라의 인구 절반 이상이 미 대륙으로 이민 가던 시절부터 계산하면 2백년이 넘는다. 일본도 개방화 시작이라는 메이지 유신부터 따지면 1백30여년이 걸려서 선진국이 됐다. 1년도 채 안된 동북아경제중심 추진위원회에 성급한 질문을 하는 이유는 그만큼 기대가 크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세계가 개방경제로 경쟁을 하는 시대에는 1인당 국민 소득 2만달러 이상의 선진국이 되려면 하루 속히 경제 중심이 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절박감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의 최근세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원군의 쇄국정치, 갑오경장의 실패,그리고 한일합방에서 6·25전쟁에 이르기까지 국내 정권 투쟁과 외세의 간섭으로 우리나라는 진정한 리더십 없이 개방과 쇄국 사이에서 우왕좌왕했던 시절이 1백년을 넘는다. 동북아중심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칠레 FTA는 반대해서 국회 비준을 받는데 네 번씩이나 국회 상정을 해야만 했다. 개방경제로 가기 전에는 우리가 중심이 될 수 없다고 모두들 합의하는 듯했지만 외국 기업 근무자들을 위한 외국인 학교와 병원을 세우자는 데는 반대 의견이 거세다. 금융시장을 개방하자고 했지만 국내 은행들의 대주주가 외국인이 되는 것을 걱정해 정부가 매각하는 국내 은행의 주식을 국내자본을 결성해서 사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은둔의 변방국가로는 살아남기 힘들어 동북아 시장에서는 우리도 중심에 서자고 대통령이 나서서 동북아 경제중심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가 가진 것은 유능한 인력뿐이다. 중심이 되는 일은 패권주의적 개념이 아니더라도 주변 국가들과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의 대표적인 우수한 두뇌들이 앞에서 이끌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우수한 두뇌를 선발해 앞에 세울 사회적인 인사 시스템이 없었다. 과거 학벌,출신 지방, 인척 관계를 가지고 인사를 해왔기 때문에 두뇌의 우수성을 평가하는 관행이나 시스템도 없었다. 힘센 병졸을 가지고도 우수한 장수가 없으면 전쟁에 이길 수 없는 것과 같이 교육 개혁을 통해 인재 양성을 한다 하더라도 그 인재를 사회에 적절히 배치하는 인사 시스템이 있어야 유능한 인력을 바탕으로 경제 중심이 될 수 있다. 우리 기업의 경쟁력 역시 중심으로 가는 관건이다. 우리는 현재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이지만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분야가 많아 경쟁력을 평가할 공정한 시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과거 기업은 시장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한 노력보다는 정부의 산업 정책에 부응해 사업 권을 획득하는데 모든 노력을 경주해 왔다. 세계 시장에는 산업 정책도 없고 정부 지원도 없다. 단지 시장의 무한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 그 것이 기업의 경쟁력이다.기업의 획기적인 구조조정이 요구된다. 진정으로 우리는 일부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동북아에 개방된 시장을 형성해 그 곳에서 중심 경제가 되려는가? 경제 중심에서 국민 각자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인가? 평균으로 국민소득이 2만달러라면 소득 격차는 얼마나 벌어질 것인가? 국민 각자가 해오던 일은 포기하고 생소한 일을 해야만 하는가? 급변하는 세계 시장 변화의 바람 속에서 소규모 기업은 진정 홀로서기 해서 살아 남을 수 있는가? 정부가 나서서 시장을 개방하고 투자를 유치해 물류의 중심을 만들고 기업 환경을 개선해 세계 금융산업을 유치해 금융의 중심지를 만들 수 있어도 그 경제 중심에서 우리 국민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외국인들의 잔치가 된다면 나라를 잃어버리는 결과가 된다. 쇄국으로 변화하는 세계에서 살아 남을 수 없다면 개방을 해야 하지만 우선 국민경쟁력 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래서 동북아경제중심은 민간 주도로 이루어져야 한다.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soonhoonbae@kgsm.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