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 감독의 영화 "실미도"가 사상 처음으로 1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한국영화계는 다시 한번 질적.양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관객층이 중장년층으로 확대됐고 대작들에 대한 투자도 활성화되고 있다. 일본에 3백만달러에 팔리는 등 해외에서도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6일 개봉한 강제규 감독의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도 이미 5백만명이상의 관객을 끌어들이며 무서운 속도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어 "한국영화 대작시대"가 대세로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얼마나 벌었나=관객 1천만명 동원으로 벌어들인 흥행수입은 약 6백억원이다. 여기서 제작비(1백20억원)와 극장측 수입(3백억원)을 제외한 제작투자사 플레너스시네마서비스와 공동제작사 한맥영화사측이 벌어들인 수입은 1백8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영화는 일본에 3백만달러(약 35억원)에 수출됐으며 앞으로 각국 수출과 현지 흥행에 따른 추가 수입 등을 고려하면 해외에서만 적어도 7백만달러(80억원) 이상 챙길 전망이다. 방송과 DVD 비디오 등 부가 판권수입(40억원) 등을 포함하면 '실미도'의 순수입은 3백억원을 웃돌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측은 이 작품의 무대인 인천 실미도의 직·간접 브랜드 효과와 관광수입액,출연배우들의 광고 출연,영화 관련 상품판매액 등을 합친 경제유발 효과가 3천억~4천억원이라고 추정했다. ◆1천만 관객 동원의 의의=이 영화는 최근 잇따라 선보인 이른바 '한국형 블록버스터'들 중 처음 성공한 대작이다. '성냥팔이소녀의 재림' '아유레디' 등 한국영화 대작들이 흥행에 참패한 이후 충무로에는 '한국형 블록버스터는 불가능하다'는 말이 떠돌았다. 그러나 '실미도'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반지의 제왕3' '라스트 사무라이' 등과 비슷한 기간에 개봉해서 더 많은 관객을 끌어들였다. 소재 영역을 넓힌 것도 높이 평가된다. 국내 영화제작자들은 흥행부진 우려로 인해 무거운 소재를 다룬 작품을 기피해 왔다. 그러나 '실미도'는 '북파공작원들의 자폭' 실화를 내세워 당시 사건을 어렴풋하게 기억하고 있던 중·장년층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 남성세계를 다룬 영화인데도 관객의 60% 이상이 여성이라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영화시장에 미칠 영향='실미도'를 본 중·장년층 중 상당수가 또 다른 대작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 몰리고 있다. 이는 이들이 새로운 영화관객층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실미도'의 성공에 힘입어 충무로에서 '역도산' '아라한 장풍대작전' '기운생동' '바람의 파이터' '청연' 등 80억원 이상을 들인 액션 대작들이 잇따라 제작되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성과다. '실미도'는 오는 9월께 일본내 2백여개 스크린에서 개봉되고 미국과 유럽 동남아에서도 상영되는 등 한국영화 해외시장 진출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그러나 실미도가 2백~3백개 스크린에서 장기 상영되면서 '미소' '욕망' '송환' 등 작은 영화들은 개봉관을 잡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예술영화 쿼터제나 멀티플렉스의 중복ㆍ교차 상영 금지 제도화 등으로 배급시장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