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가 1989년 건설방침 확정 이후 15년만인 오는 4월1일 개통된다. 엄청난 경제 사회적 효과가 있겠지만 돌이켜보면 경부고속철만큼 우여곡절을 겪은 국책사업도 드물다. 총 사업비는 5조8천4백억원에서 18조4천억원으로 세 배가 넘게 증가했으며 당초 98년으로 계획되었던 준공일은 대구~부산 2단계 구간을 제외하고도 이제서야 개통하게 되었다. 설계와 시공 단계에서도 품질 확보에 실패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다. 경부고속철의 실패 원인은 설계 시공 등 생산 기술력 부족의 문제라기보다는 사업의 기획과 관리전문성 부족에 있다. 이것은 프로젝트와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이 프로젝트 관리 전문가가 아닌 정치인들에 의해 좌지우지되어 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차량 형식과 노선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착공하기도 했고 차량 선정에 앞서 노반 실시설계를 했다가 나중에서야 역으로 설계를 차량에 맞추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우리나라의 국책사업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필요로 한다. 먼저 사업수행 과정에서의 의사결정 권한을 프로젝트 관리 전문가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건설사업관리(PM/CM) 방식의 채택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적의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사업비나 사업기간, 품질, 안전, 리스크 등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력과 고도의 기술 분석력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다음은 일정 규모 이상의 국책사업에 대해서는 백서 발간을 의무화함으로써 사업수행 과정을 투명화하는 일이다. 백서에는 프로젝트 단계별 수행업무와 관련된 데이터는 물론 성공 및 실패사례,그리고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한 사람들의 실명과 역할까지도 상세히 기록돼야 한다. 이렇게 되면 프로젝트 참여자들의 책임의식이 고양되고 차후 유사 프로젝트 수행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으며 필요 시 감사자료로 활용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불필요한 사람들의 개입을 차단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jhkim@hanmiparso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