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천7백억원을 투입한 아일랜드계 펀드 소버린에 의해 재계 3위 SK그룹의 경영권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사태는 주총시즌을 앞두고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국제투기자본에 무방비로 공격당하는 것은 기업가 정신을 크게 훼손할 뿐 아니라 국가경제에도 큰 해악을 끼칠 것이 틀림없다. 정부는 국내자본에 대한 역차별을 즉각 시정하는 것은 물론 차등의결권 제도 등 경영권 보호장치도 서둘러 도입해야 마땅하다. 소버린의 SK 장악 시도는 대단히 집요하다. 경영진 교체와 사업부문 분할매각을 주장하는가 하면 얼마전에는 그룹 해체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청산을 고집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SK는 우호세력을 끌어들여 지분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했지만 외국인 지분율이 올들어서만 8%나 상승하는 등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향후 전개양상은 낙관하기 어렵다. 이번 주총은 간신히 버텨낸다 하더라도 경영권 방어는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같은 사태가 다른 기업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수 있다는 것이다.이미 많은 은행들이 외국자본에 넘어간데다 초국적 투기자본이 급속히 유입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상장사 시가총액중 외국인 비중은 42%에 이르고 있고 삼성전자·포스코·현대차 등 주력기업의 경우는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적대적 M&A(기업인수합병)나 그린메일(주식을 매집한 뒤 대주주에게 비싸게 되파는 행위) 때문에 경제가 크게 교란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출자총액제한제도와 이에 따른 각종 의결권 제한,산업자본의 은행주식 소유제한 등 온갖 족쇄를 채워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수단을 봉쇄하고 있으니 한심하기만 하다.외국자본에 대해선 지나치게 관대하면서도 국내기업들의 발목은 묶고 있으니 적대적 M&A를 사실상 조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국내자본에 대한 역차별을 당장 시정해야 함은 물론 미국이나 유럽국가들에서 채택하고 있는 차등의결권 제도 등의 경영권 방어 수단도 적극 도입하지 않으면 안된다.투기성 자본은 주식을 매입하더라도 유한책임에 그치는 반면 LG카드사태에서 보듯 창업주들은 사실상 무한책임을 지게 되는 현실을 직시하면 더욱 그러하다. 기간산업체들이 초국적 투기자본에 무차별 공격당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경제주권을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