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안희정씨는 대선 후 부산지역 기업인을 만나 정치자금을 받은데 대해 "단순히 격려받는 자리로 생각했고 정치인 안희정에 대한 향토장학금 정도로 생각했다"고 19일 밝혔다. 안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김병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지난해 3월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 8월 부산 지역 한 건설업체 대표 권모씨로부터 각각 2억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안씨는 "한순간도 거래를 통해 후원금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작년 12월까지 나는 어린 아이였지만 (대선 후) 어머니 품에 안기면 어머니가 쓰러질 만큼 장정이 돼 있었다"며 "그때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고 후회했다. 재판부는 이에 "당장의 현안이 없더라도 정치권에 '보험료'로 준 것은 아니겠느냐"고 물었지만 안씨는 "현재 내 상황은 97년 대선 후보전에서 이수성씨가 '당신에게 우정어린 친구가 돈을 준다면 받겠느냐'는 질문에 '받겠다'고 했다가 곤경에 처한 상황과 똑같다"고 말했다. 안씨는 권씨로부터 받은 수표 2억원을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에게 맡겨 관리하다가 얼마 후 현금으로 다시 권씨에게 돌려줬지만 1억원을 되받았고 자신이 출마하려던 지역구의 여론조사 비용 등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로 드러난 안씨의 불법 정치자금 모금액은 45억여원에 달한다. 또 안씨가 3개 기업에서 추가로 10억원대를 불법 수수한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이어서 실제 불법 모금액은 55억원에 달한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