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렬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한나라당 내분사태가 하루만에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소장파와 수도권 의원뿐만 아니라 영남권 의원들도 일단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동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대위 구성 후 수습 방안을 놓고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소장파들은 전당대회 불가피론을 주장하고 있으나,'친최(親崔)' 계열의 영남권 의원들은 '조기 선대위 체제 구성'으로 맞서고 있다. 수도권 의원들은 여론 조사를 통한 새 지도부 선출 방안을 내놔 향후 조율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또 최 대표의 거취와 관련,'비대위 구성 후 퇴진'이 대세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영남권 의원들은 "본인에게 맡기자"고 주장,'세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당대회 논란=안택수 신영국 윤한도 김용갑 허태열 등 영남권 중심 의원 35명은 19일 오찬 모임을 갖고 소장파의 최 대표 사퇴론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친최' 진영으로 분류되는 이들의 입장은 '조기전대 반대,선대위 조기구성'이다. 신영국 안택수 의원은 모임 후 브리핑을 통해 "총선을 코앞에 두고 전당대회를 열 경우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하며 당내 갈등과 불신만 남길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대표 거취문제와 관련,안 의원은 "최 대표를 빼고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인 만큼 선대위를 띄운 뒤 대표 거취는 본인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도권 의원들은 비대위 구성 후 최 대표의 퇴진을 기정사실화했다. 다만 전대 개최보다는 여론 조사를 통한 새 지도부 구성을 제안했다. 여기에 강재섭 의원 등 일부 대구?경북출신 의원들은 최 대표 퇴진 요구에 동참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이재오 김무성 맹형규 의원 등이 '반최' 노선의 전면에 나선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최 대표 이후 당권을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미 당내에선 박근혜 강재섭 의원,이명박 서울시장,손학규 경기지사 등의 이름이 특정세력과의 연계설과 함께 떠돌고 있다. 이와 관련,이 시장과 손 지사는 "현직에 충실하겠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비상대책위 구성=수도권 초·재선 의원들은 이날도 최 대표를 압박했다. 원희룡 의원은 최 대표에게 "한나라당을 국민에게 돌려줄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남경필 의원은 "최 대표에게는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니라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구당 모임'을 갖고 전당대회 개최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키로 하고 영남권 의원들과 의견조율을 해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이들은 즉각적인 최 대표 퇴진 주장에서 한발 후퇴,전당대회 개최 때까지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인정키로 했다. 영남권 의원들과 타협의 여지를 남겨 두겠다는 것이다. 한편 당3역을 비롯한 소장·중진 등 각 그룹 대표들은 20일 회의를 갖고 당 수습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김형배·홍영식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