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본원 경매가 실시된 서울지방법원 연수원 강당에는 4백여명의 입찰자가 몰려 발디딜 틈이 없었다. 2백석의 좌석이 모자라 양측 통로까지 투자자들로 가득찼다. 이들은 어깨를 부딪혀 가며 경매에 앞서 공개된 자료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 서울 일원동과 흑석동 아파트 물건 입찰을 위해 인천에서 온 한 투자자는 "나름대로 수익률을 계산해 써냈지만 워낙 경쟁이 치열해 낙찰을 장담할 수 없다"며 "아파트 분양가가 날로 치솟아 경매로 내집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들어 경매시장이 북적대고 있다. 토지와 상가 등에는 투자자들이,아파트와 빌라 등에는 실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총 90건의 물건이 경매에 부쳐진 이날도 약 4백여명의 투자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일부 아파트는 무려 14대의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투자 열기가 뜨거웠다. ◆실수요형 주택에 관심 높아 서울 강남권과 한강변의 주택물건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쏠림 현상이 뚜렷했다. 이날 경매에 나온 서초구 양재동 리치타운 32평은 12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2억5천6백72만원에 낙찰됐다. 이 물건은 세번의 유찰로 최초 감정가 3억8천만원짜리가 1억9천5백60만원까지 떨어졌으나 경쟁이 몰리면서 지난회차 가격을 넘겼다. 5층짜리 새 아파트가 통째로 나온 동작구 신대방동 물건 역시 실수요 중심의 경매가 이뤄졌다. 3층 40평형은 최초감정가 2억원보다 6천만원가량 싼 1억3천8백만원에,35평형은 1억1천만∼1억2천만원에 낙찰됐다. 대부분이 투자보다는 실거주를 염두에 둔 낙찰자들이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강남권 소재 아파트는 실수요와 투자자들을 함께 모으며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기도 했다. 강남구 일원동 수서지구 26평형 아파트는 2억2천4백만원이 최저경매가였으나 11명이 참여하는 바람에 최초감정가 2억8천만원에 육박한 2억7천4백만원에 낙찰됐다. ◆경매시장에도 '우먼파워'거세 이날 경매 참가자 중 절반가량이 여성이었다. 곳곳에서 물건분석 정보를 나누며 전략을 짜는 여성 투자자들이 눈에 띄었다. 외환위기 이후 경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종 경매강좌를 통해 배출된 여성 경매투자자들이 최근들어 본격적으로 현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게 경매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에따라 과거 경매전문가들이 좌지우지하던 경매시장은 최근들어 여성투자자와 40∼50대의 중년 남성층,그리고 경매전문가로 나뉘는 3분할 구조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날 경매에서도 여성 입찰자가 낙찰받는 경우가 전체 물건 중 약 40%에 달했다. 법무법인 산하의 강은현 실장은 "여성 참가자 중에서는 직접 발품을 팔아 경매물건을 분석할 정도로 꼼꼼한 투자자가 적지 않다"며 "여성들은 토지보다는 공동주택이나 재개발·재건축 아파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