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혁명 25년만에 최악의 체제위기를맞고 있는 이란이 20일(이하 현지시간) 제7대 의회(마즐리스) 의원 290명을 새로 뽑는 총선에 돌입했다. 혁명수호위원회의 출마자격 박탈에 반발한 개혁성향 후보들의 대거 불참으로 보수파의 압승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이날 오전 8시 전국 각 투표소에서 일제히 투표가 시작됐다. 공직자와 선거입후보 자격 및 각종 법률 심사권을 갖는 보수파 혁명수호위원회는 이슬람 가치와 헌법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8천여명의 입후보자 가운데 4분의 1 이상의 자격을 박탈했다. 출마자격이 인정된 5천600여명의 후보들 가운데 880여명이 혁명수호위원회의 결정에 반발해 후보 사퇴를 선언했고, 현역 의원 117명이 사표를 제출했다. 더욱이 최고 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가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의 선거연기 요청을 거부하고 예정대로 선거를 강행키로 함에 따라 개혁세력의 몰락은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개혁파의 총선 외면으로 의회는 군(軍), 사법부와 함께 보수파의 수중에 다시들어가게 됐고,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개혁세력과 보수파의 투쟁이 격화될 것으로예상되고 있다. 개혁진영은 보수파의 강압조치와 선거 강행을 "의회 쿠데타"로 규정하고 4천600만 유권자들에게 선거 불참을 호소하고 나섰다. 이란 최대 학생단체가 이에 호응해 선거에 불참한다고 발표했고,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여성 인권운동가 시린 에바디 여사도 투표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테헤란 시민들에게는 선거 불참을 권고하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가 발송됐으며"투표함은 민주주의의 관(棺)"이라고 적힌 문자 메시지도 발견됐다고 현지 서방언론들이 전했다. 설상가상으로 하메네이가 장악하고 있는 사법부는 하메네이를 정면 비판하는 의원들의 성명을 보도한 개혁성향 일간지 2개에 대해 정간 명령을 내렸다. 하메네이와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前) 대통령등 보수파 지도부는 TV와라디오 등 여론매체를 동원해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또 보수파 신문들은 투표권 행사가 시민의 의무임을 강조하는 사설을 실었다. 이란 내무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총 888명의 유자격 후보들이 후보직 사퇴를 선언해 4천700여명만이 후보로 최종 등록됐다. 관측통들은 67.2%의 높은 투표율 속에 개혁파가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했던 4년전 총선과는 달리, 이번 총선은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개혁진영은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대도시들의 투표율이 2000년 총선 당시 46.9%의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개혁진형은 총선 투표율이 낮게 나타나길 바라면서 투표율이 저조할수록 개혁파의 침묵에 따른 승리라고 강조하며 젊은층의 선거불참을 종용하고 있으며 보수파는투표율이 높게 나타날 경우 이슬람 혁명에 대한 지지가 높은 것이라며 투표 참여를독려하고 있다. 투표 참가율이 극히 저조하게 나타나고 예상대로 보수파가 압승할 경우, 개혁진영의 조직적인 불복운동과 대규모 시위가 이어져 이란 정국이 또 한차례 요동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번 선거는 각급 학교와 이슬람 사원들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 까지 실시된다. 최초 개표 결과는 하루 뒤인 21일에 나오겠지만 최종 결과가드러나려면 수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 국무부는 이란 총선이 민주주의 신장을 염원하는 국민의 기대와 다른 결과로이어질 것 같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