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에너지 덜 쓰는 산업구조를..鄭長燮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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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원자재 가격 폭등이 우리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국제유가의 경우 중동산 두바이유의 가격이 현재 배럴당 29달러대를 오르내리고 있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1월 말 사이에 발전용 유연탄 가격은 57.6%나 올랐다.
또한 고철 니켈 등의 원자재 가격은 무려 70% 이상 상승해 산업체의 생산활동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이번 원자재 가격 폭등 사태는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에 따른 폭발적인 원자재 수요증가가 무엇보다도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유연탄의 경우 중국이 자국의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발전용 무연탄의 수출을 제한한 것이 가격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또한 장기적으로도 중국을 비롯한 인도, 동남아시아 지역의 경제성장이 세계 석유수요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돼 유가의 고공행진의 장기화가 우려되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정부에서는 가격이 폭등한 품목에 대해 관세를 인하하고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비축물량을 방출하는 등 이번 사태의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급변하고 있는 국제경제 환경 속에서 우리 경제가 경쟁력을 가지고 발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이번 가격폭등을 극복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에 바탕을 두고서는 사용하는 에너지의 97%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가 국제 에너지가격 변동의 직접적인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전반적인 우리의 산업구조를 에너지 저소비형으로 전환시켜야만 한다.
국내 에너지 사용량의 55%를 차지하는 산업부문의 경우 기존 설비의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한 과감한 시설투자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정부에서는 산업체의 절약설비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올해 4천7백49억원의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을 편성해 장기 저리로 지원할 계획인데, 산업체에서 이러한 자금을 활용하면 투자비 부담을 다소 덜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에너지절약 전문기업이 먼저 절약시설에 투자하고 여기에서 발생한 절약금액으로 투자비를 상환하는 ESCO제도를 활용하게 되면 별도의 투자비 부담 없이도 에너지절약 설비투자가 가능하다.
이밖에도 자발적 협약제도, 에너지절약 기술정보 협력사업 등 산업체의 에너지절약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도 시행중이며 고효율 전동기, 소형가스열병합발전과 같은 고효율설비의 보급과 함께 가정용 사무가전기기의 효율향상을 위한 효율관리제도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지원책을 꾸준히 개발하고 강화해가면서 장기적으로 IT산업 등 에너지 저소비형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해나감으로써 지금과 같은 에너지다소비형 사회구조를 저소비형으로 전환해나가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산업의 구조적 전환이 정부의 정책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한 산업체의 공감대 형성과 자발적인 참여, 그리고 적극적인 협조야말로 이러한 정책이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원자재는 산업생산의 필수요소이면서 그 물량이 한정된 유한자원이기 때문에 상품인 동시에 무한경쟁의 경제전쟁 속에서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최근 OPEC의 담합적인 유가관리나 중국의 유연탄 수출 금지 조치에서 이러한 점을 분명히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의 원자재 가격폭등사태를 단순히 극복해야 할 한차례의 파도로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우리 산업구조를 선진국형으로 개선하기 위한 커다란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등 후발 산업국가와 자국의 유리한 입지를 내어주지 않으려는 선진국들 사이에 서 있다.
변화하는 국제경제환경 속에서 정부와 민간부문이 함께 변화하는 국제경제환경에 발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