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는 캠페인을 해서 좀 나아진 모양인데 쇠고기는 아직 까마득합니다. 제발 '소도 안전하다'는 캠페인 좀 해주세요." 서울 성동구 마장동 우시장에서 쇠고기와 소뼈를 도매로 팔고 있는 구본식씨(42)는 기자를 보자마자 대뜸 이렇게 말했다. 구씨는 "학자들과 의사들이 '한우는 안전하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소가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장면이 TV에 되풀이해 나온 다음부터 장사는 종쳐버렸어요"라며 방송을 원망했다. 20일 찾은 마장동 축산물시장은 개점휴업 상태였다. 손님을 맞이한 점포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20년째 쇠고기 도매업을 하고 있는 권영길씨(70)는 "작년에는 하루 매출이 40만원은 됐는데 얼마 전엔 3천원어치 팔고 끝난 날도 있다"며 "올 들어 매달 5백만∼6백만원씩 적자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3천5백여개 점포가 몰려 있는 마장동 축산시장의 매출 규모는 연간 대략 1조5천억원 수준.하지만 지난해 12월 말 미국에서 광우병 사태가 터진 뒤 매출액이 10분의 1로 떨어졌다고 이곳 상인들은 하소연했다. 하루에 거래되는 쇠고기도 1천여마리에서 1백여마리 수준으로 격감했다고 상인들은 전했다. 이번 광우병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수입육을 취급하는 매장들이다. 광우병 파동의 원산지(?)인 미국산 쇠고기 통관이 막히면서 1천여개 점포들은 전면 폐업 위기에 놓였다. 한 상인은 "수입고기 파는 것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보니 문만 열어 놓고 있다"면서 "파동 발생 두 달이 지나면서 더 버티지 못하고 폐업준비를 하는 상인들이 잇따를 조짐"이라고 전했다. 소뼈와 내장을 취급하는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광우병 감염원이 고기보다는 뼈와 내장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15년째 이곳에서 소뼈와 내장을 팔고 있다는 조미화씨(50)는 "평생을 해온 일인데 무슨 대책이 있겠느냐"며 울먹였다. '떨어지는 쇠고기 판매값'과 '오르는 산지 소값'은 벼랑 끝에 몰린 상인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우 도매상인 김윤국씨는 "손님이 줄어든 탓에 쇠고기도 10%가량 싸게 팔고 있다"며 "작년엔 1㎏에 1만5천원 받았지만 지금은 1만3천원 받기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수입육 유통이 막혀 쇠고기 공급물량이 줄어들면서 산지 소값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한 상인은 "마리당 4백만원 하던 한우값이 최근 들어 4백30만∼4백40만원 수준으로 올랐다"며 "산지 소값은 10% 올랐는데 우리는 10% 싸게 팔고 있기 때문에 작년보다 20% 정도 손해보는 셈"이라고 전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