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의 본격 진출은 국내 은행에 위협적이긴 하지만 그동안 국내 은행의 경쟁력도 강화된 만큼 한번 해볼 만하다."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에 대한 국민·우리·하나·신한 등 이른바 '빅4은행' 은행장들의 반응은 이렇게 요약된다.


은행장들은 글로벌 뱅크의 첫 번째 국내 진출인 만큼 국내 은행은 물론 리딩뱅크(선도은행) 경쟁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데는 동의했다.


그러나 너무 위축될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국내 은행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위협적인 것은 사실=신상훈 신한은행장은 "지금까지는 한미은행을 경쟁상대로 여기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며 "주인이 씨티은행으로 바뀐 만큼 이젠 경쟁상대로 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국내 은행 판도에 영향을 줄 것이란 얘기다.


이덕훈 우리은행장도 "씨티은행은 가계금융은 물론 기업금융부문에서도 상당한 노하우를 갖고 있는 만큼 국내 은행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아주 위협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는 국내은행 몇 개가 합병하는 것보다 더 위협적"이라고 말했으며,김승유 하나은행장은 "특히 소매금융시장에 위협요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해볼 만하다=4명의 은행장은 그러나 준비만 충분히 한다면 씨티은행과 본격적인 경쟁을 해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덕훈 행장은 "정보화·디지털화의 진전으로 선진 외국은행과의 경쟁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며 "그동안 준비를 해온 만큼 충분히 해볼 만한 경쟁"이라고 밝혔다.


김승유 행장은 "씨티은행이 소매금융,특히 거액고객을 대상으로 한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지만 하나은행은 우수한 PB(프라이빗 뱅킹)인력과 1백20개의 PB점포를 갖고 있는 만큼 고객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신상훈 행장도 "한미은행은 그동안 소매금융에 약간의 거리를 둬 왔으며 씨티은행 한국지점은 대도시 거액고객만을 상대로 한 영업을 해 왔다"고 분석하고 "국내은행은 상대적으로 고객 세분화와 그에 따른 대응전략을 갖고 있는 만큼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응전략=김정태 행장은 "HSBC은행이 한국 진출을 추진했던 4∼5년 전부터 외국은행 진출에 대비,적절한 준비를 해왔다"며 "지난 2002년 만든 골드앤와이즈라는 PB센터를 통해 이들에게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승유 행장은 "앞으로 금융시장 환경 변화를 예의 주시하면서 경쟁력 있는 수익증권을 개발하고 직원들에 대한 연수를 강화하는 등 대응전략을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상훈 행장은 "금융시장에서도 유통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상품을 파는 직원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덕훈 행장은 "고객분석과 각종 위험관리,인센티브제도 정착 등 그동안의 준비 작업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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