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니스 머니 오케이?" "런민비 하오." 20일 오후 3시 동대문 패션몰 두타 1층 여성복 매장.마흔살 안팎의 중국인 4명이 옷을 고르고 있다. 이들은 10여분 만에 셔츠 치마 재킷 등 여성용 옷을 고른 뒤 인민폐(위안화)도 받느냐고 영어로 묻는다. 매장 주인은 중국어로 "중국돈도 좋다"고 답한다. 이어 7백위안을 받아들고 계산기를 두드린 다음 천원짜리와 백원짜리로 거스름돈을 건네준다. 요즘 동대문 패션타운에서는 중국 위안화 결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달러화 엔화에 이어 위안화도 환전 없이 통용되는 직거래 통화로 자리를 잡은 것.이런 현상은 동대문은 물론 남대문 명동 등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여행사 직원이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안내하는 음식점이나 선물가게에서는 대부분 인민폐를 받는다. 이처럼 위안화가 결제 통화로 환영받는 것은 달러나 엔화에 비해 저평가돼 있어 평가절상될 경우 환차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새 패션몰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부쩍 늘어난 것도 위안화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잘은 모르지만 위안화가 평가절상될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가지고 있으면 돈이 된다기에 중국돈을 받습니다." 조금 전 "런민비 하오"라고 말했던 김명수 사장(44)은 "잘하면 환차익도 얻을 수 있어 요즘은 중국돈을 선호하는 상인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위안화는 중국인 10명 중 2~3명이 결제할 정도다. 한 상인은 "하루에 10명 정도의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하고 있다"면서 "위조지폐에 대한 불안감이 없지 않지만 별다른 부담없이 받는다"고 말했다. 위안화 결제가 늘어나면서 패션몰에는 환율방송 서비스도 등장했다. 이종형 헬로에이피엠 대리는 "위안화 환율을 묻는 전화가 하루 30통이 넘는다"며 "환율 마찰을 없애기 위해 매일 오전 10시30분에 방송으로 환율을 고지한다"고 말했다. 두타의 주당 평균 위안화 결제 규모는 3만 위안화 안팎이다. 하나은행 을지로6가 지점 강윤경씨는 "2주마다 본점으로 넘기는 위안화 정산액이 작년 평균 2만 위안에서 올해는 5만 위안으로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또 "최근엔 위안화를 모아 오는 상인들이 더 늘고 있다"면서 "지난 1월에 비해서 2월에 찾아온 상인들이 2배나 늘어났다"고 전했다. 한편 백화점 할인점 등은 아직도 중국 위엔화 결제를 꺼리고 있다. 그러나 백화점 관계자는 "중국 경제가 지금같은 고성장세를 지속하고 위조지폐로 인한 불신만 사라진다면 인민폐를 받아주는 점포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송주희 기자 yoko@hankyung.com